아침에 늦어서 택시를 탔다. 처음에는 타다를 호출했으나 잡히는 차가 없어서 테헤란로로 나갔다.
택시를 타자 아저씨가 말했다.
"커피 마시고 있었는데"
"내릴까요?"
"기본요금이라도 받아야지"
어쩌라는 건지.
"커피 좀 마실게~"
아마 마스크 내리는 걸로 뭐라고 할까 봐 말하시는 가보다. 나는 아저씨의 마스크 착용 여부보다는 아저씨가 마시는 커피 브랜드가 궁금해 앞을 보았다. 정치 유튜브가 눈에 들어왔다. 현실에서 정치 유튜브를 보는 사람을 처음 보아서 말했다.
"정치 유튜브 보시나요?"
안다. 정치 주제로 감히 택시 운전자 분께 말을 걸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
"나는 유튜브로 만 봐 정치는. 조중동... 믿을 수 있어야지. 맨날 가짜 뉴스나 내고"
가짜 뉴스를 내는 정도로는 유튜브가 훨씬 더 심할 테지만 일단 택시 아저씨와 좌파의 조합이 흔하지 않아 신기했다.
"나는 김... 뭐더라 그 머리 덥수룩한 애가 좋아"
"김어준이요?"
"김어준 어 걔 그 걔가 하는 뭐더라 그 뉴스 공장? 거기 보면 민주 쪽은 공평하게 양쪽에서 패널을 부른다고 민주주의면 그래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야당은 (유튜브 채널에서) 지맘대로 말해 보면!"
아저씨는 이미 스스로의 말에 빠져들고 있어 보였다. 민주주의가 그래야 되는 건 맞을 텐데 김어준이 공평한 주제로 공평하게 패널을 (매번) 불렀을까? 성실한 정치인이라면 모든 행동이 정치적일 테고 그들의 행동은 언제나 표면과는 다른 경우가 잦을 테다.
"근데 딱 한 가지 맘에 안 드는 게 있어"
"오~ 뭔데요?"
이 정도로 민주당을 좋아하시는 아저씨가 바라보는 김어준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면 더 재밌을 텐데.
"머리가 더러워! 머리 덥수룩해가지고 ~ (머리만) 깔끔하게 자르면 좋겠는데"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