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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테루 Jan 20. 2021

나의 두 번째 결혼식

두 번의 결혼식 두배의 사랑

두 번 결혼할 팔자

어린 시절 어머님은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 사주를 많이 보셨다. 자연히 온 가족의 사주를 보게 되었고 어딜 가든 유독 내 사주는 굉장히 좋았다.. 하지만, 단 하나 용하다는 점쟁이들은 내가 일찍(일찍의 기준이 모호하지만..) 결혼하면 결혼운이 없어 식을 두 번 올릴 팔자라고 했다.


다행히 사주는 믿을 것이 못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사주를 비껴갔는지 알 수 없지만, 올해로 결혼 12년 차를 맞고 있다. 용한 점쟁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내와 나는 사이가 참 좋아서 좀처럼 이혼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가족끼리 옛이야기를 하다가 깨달았다. 아! 나 결혼식 두 번 했구나! 그랬다. 그 용하다는 점쟁이 말대로 나는 결혼식을 두 번 올렸다. 같은 사람과 두 번, 한국과 일본에서. 그 점쟁이는 알았을까? 내가 같은 사람과 두 번 식을 올릴 거라는 것을...


한국에서 첫 번째 결혼식은 내가 너무 긴장해서 한국말을 하나도 모르는 아내가 내게 도움을 청하는 데도 눈치 채지 못했다. 반대로 일본에서 두 번째 결혼식은 내가 너무 여유를 부려 무반주로 축가까지 불렀다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두 번의 결혼식을 통해 느낀 점을 이야기하겠다.

긴장의 연속 첫 번째 결혼식 VS 여유롭던 두 번째 결혼식

나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계신 곳에서 결혼식을 준비했기에 멀리서 오는 손님들 그리고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느라 당일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 신랑들은 행복한 결혼식 날 왜 대부분 긴장하고 있을까? 하고 의아해했던 궁금점이 직접 경험해 보고 알게 되었다. 혹시 내가 챙기지 못해서 서운해하시는 분은 없을까?부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느라 더욱 긴장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국 결혼식을 마치고 우리는 바로 고베행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다. 한국 결혼식은 내가 준비를 하고 두 번째 결혼식은 아내가 준비를 했다.

 

두 번째 결혼식은 정말 여유로웠다. 나와 아내의 결혼식을 축하해 주기 위해 오신 많은 분들에게 한국과는 달리 일일이 눈인사를 드렸고 심지어 결혼식을 마칠 때, 예정에도 없었던 아내를 위한 노래도 무반주로 불렀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식순이 정확히 정해져 있는 일본 결혼식에서 예정에 없던 노래를 부르다니. 참석했던 사람 중에는 신랑이 피로연에 건배용 샴페인을 마시고 혹시, 술에 취한 것은 아닌가 하고 놀랐던 사람이 있었을지 모른다.  

잔치 같은 한국 결혼식 VS  깊이 있는 일본 결혼식

한국 결혼식은 1, 2시간 단위로 공장에서 신혼부부를 찍어낸다는 비판도 있지만(최근은 많이 바뀌고 있다.) 나는 한국 결혼식도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주 막역하지는 않아도 참석해서 잔치처럼 시끌벅적하게 축하해주고 짓궂은 사회자에게 걸려서 온갖 웃음을 주는 신랑, 그리고 오늘만큼은 뭐든 용서가 되는 아름다운 신부, 그리고 감동적으로 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장내 웃음폭탄을 투척하는 축하공연. 한국 결혼식을 참석했던 처가와 아내 지인들은 한국의 결혼식이 일본과 달리 박력 있고 또 다른 재미와 즐거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 일본 결혼식은 어떨까? 결혼식 하나만 봐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의 결혼 문화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아 패스하고 내가 경험한 일본의 결혼 과정을 소개하겠다.

(단, 내가 경험한 범위 이 내 이기에 다분히 주관적이고 모든 일본 결혼식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초대

사실 일반적인 한국 결혼식과 일본 결혼식의 큰 차이점은 초대에서부터 확연한 차이가 난다. 한국은 결혼 전 가까운 분들부터 청첩장을 돌리며 직접 만나 "인사를 핑계?로 얼굴 도장 찍으며 꼭 예식장에 와야 합니다"라는 무언의 약속을 한다. 반면 일본은 초대장을 받으면 누가 부담스러워할지, 안 받으면 섭섭해할지를 기준으로 초대할 범위를 정하고 초대장을 발송한다. 그러면 초대장을 받은 사람은 참석 여부를 반드시 알려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원에 맞춰서 장소를 정하고 식사가 준비되기 때문에 사전에 몇 명이 참석하는지는 중요하다. 초대를 받고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식 준비

그렇게 참석자가 정해지면 결혼식의 세부적인 식순 준비에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예식장의 웨딩 플래너가 도와주지만 디테일한 선택은 당사자들이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신부 신랑에게 축사는 누가 어떤 순서로 할 것이며, 자리는 어떻게 배치할 것이고, 예식의 식순, 그리고 각 식순 별로 재생시킬 음악 리스트까지 신랑 신부가 당일 축하해주는 분들을 위해 세심하게 준비한다. 그리고 예식 당일은 대체적으로 예식과 피로연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결혼 당사자들이 준비를 하는 동안 초대받은 이들도 준비를 한다. 무엇을 준비할까? 일정과 예복이다. 일본의 결혼식은 당사자에게도 소중한 하루지만, 참석하는 사람들도 예식에 어울리는 복장으로 참석한다. 특히 여성들은 결혼식 참석을 위해 신부의 웨딩드레스에 지지 않을 만큼 화려하고 예쁜 파티 드레스를 준비해서 참석한다.


예식, 피로연

대체로 예식장에서 예식과 피로연 모두 치르는 커플이 많지만, 예식은 신랑, 신부의 취향? 에 따라 성당이나 신사에서 실시하고 예식장에서 피로연을 실시하는 커플도 있다. 예식을 치르고 대체로 피로연 전에 사진을 찍는다. 이후 정해진 장소에서 대기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인사를 나눈다. 대규모의 참석자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50명에서 100명 사이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일본에서 예식과 피로연은 대체적으로 3,4시간가량 진행되기 때문에 참석자들도 당사자들도 축하에 집중? 하게 되는 듯하다. 쫓기듯 식순을 진행하지 않아도 되니 식순에 따라 웃고 울며 진행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예식과 폐백을 하며 정장과 한복으로 갈아입듯이 일본도 1,2부로 나눠서 정장과 전통의상으로 나눠서 식을 진행한다.


식 이후

일반적으로 일본은 교통비가 미치도록 비싸다.(대체로 도쿄 ⇔ 오사카 왕복 금액이 36만 원)그리고 대체로 전날 도착해서 1박을 하게 된다. 그럴 경우, 숙박비 혹은 교통비를 초대한 혼주가 지불한다. 그래서 축의금도 암묵적으로 숙박비 혹은 교통비를 받는 금액을 고려해서 정한다. 일본의 축의금 비용은 일반적으로 교통비 숙박비 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30만 원가량부터 친밀함에 따라 더 높아진다. 결혼식은 물론 피로연 참석 유무와 여러 상황에 따라 우리나라처럼 암묵적인 계산법이 존재한다. 한 달에 친한 친구 2명이 한꺼번에 결혼하면 파산이다. 그래서 일본에는 '축의금 거지'라는 용어도 존재한다. 예식을 마치고 여러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은 예식장 문 앞에서 대기했다가 축하의 말을 전하거나 선물을 전달한다. 그리고 참석자들에게 답례품 혹은 답례품 종류가 담긴 잡지를 전달받고 식은 마무리가 된다.

두 번의 결혼식으로 두배로 받은 사랑

내 첫 번째 한국 결혼식은 따뜻한 정이 넘쳐서 좋았고, 내 두 번째 일본 결혼식은 참석한 전원이 한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는 마음이 전달되어 좋았다. 문화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결혼식의 형식은 차이가 나지만 평생을 같이 할 반쪽을 찾은 소중한 사람에게 축하해주고 격려해주기 위해 모인 자리는 국경을 초월해서 모두 같았다.

내가 한국과 일본 결혼식에서 변함없이 느낀 점이 있다. 그것은 축하와 격려 그리고 앞날의 축복 방법은 달랐지만 모두를 향한 '감사한 마음'이었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 어려울 때 역시 믿을 건 형제구나! 그리고 가족같이 언제나 옆에서 손뼉 쳐주는 소중한 친구와 지인들에 대한 감사. 

나는 가끔 결혼기념일이 되면 서울에서 멀리 차를 타고 4,5시간이나 걸려 결혼식에 와주신 분들에게 매년 아내와 아이들과 찍은 가족사진으로. '먼 거리 참석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라는 메시지 그리고 ‘축복해주신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올해도 잘 살고 있다'라고 가끔 연하장을 대신해서 인사를 올리고 있다.

두 번의 결혼식으로 두배나 많이 받은 사랑, 두배로 열심히 행복하게 살 작정이다.

그나저나 사주처럼 결혼을 두 번 하지 않고 결혼을 두 번 해서 무척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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