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소속된 팀(가정, 회사, 조직)의 문화는 무엇입니까?
"일본인 아내는 정말 순종적이니?", "넌 집안일 절대 안 하지?" 일본인 아내와 결혼한 남자들은 꼭 이런 질문을 듣는다. 마치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일본 여성들이 한국 남자는 모두 친절하고 매너남에 배에는 복근이 선명하고 군대를 다녀와서 깡패 2,3명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얼마 전 리서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이 '일본 사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친절하다, 깨끗하다. 배려심이 있다. 말을 너무 에둘러한다. 원리원칙적이라 답답하다. 진심을 잘 모르겠다. 친해진 것 같은데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진다. 일본 사람들이 한국사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직설적이다. 성격이 화끈하고 열정적이다. 일 진행속도가 경이적이다. 사회적 이슈에 정의롭다. 성격이 급하다. 정이 많다. 때로는 그것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오지랖이 넓다.'라고 한다.
아내와 신혼 때, 회사 근처 광화문에서 점심을 먹거나 퇴근 후 데이트를 하곤 했다. 함께 거리를 거닐며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한다. 그러면 꼭 아내에게 한국어로 말을 걸고 나에게는 일본어로 말을 건다. 왜? 아내를 한국사람으로 오해하는 경우, 나를 일본 사람으로 오해하는 에피소드는 너무나 많다. 옷을 사러 동대문으로 가면 100% 아내에게 '언니'라고 말을 건다. 그리고 일본인이라고 알게 되면 "언니, 너무 한국사람처럼 생겼다" 그럼 나는?
사실 외모만이 아니다. 의외로 아내는 직설적이고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이다. 말하자면 털털한 여자다. (10년째 부정하다가 최근 드디어 본인도 인정했다). 그리고 나는 좀 예민하고 개인주의적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성격에서도 아내와 나의 국적?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성격도 직선적인 아내에 비해 나는 조금 곡선? 적이다. 말하자면 무슨 생각하는지 속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처가를 가면 내가 친정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편하다. 반대로 아내는 한국에서 자기 말은 하는 성격이 편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금방 친해지는 아내와 달리 나는 부끄러움이 많아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다만, 정리정돈이나, 소소한 기념일 일며 기념품 선물은 모두 내 차지이다. 확실히 리서치 결과만 놓고 보자면 아내와 나는 국적이 바뀌긴 한 것 같다.
한국사람은 이렇고 일본 사람은 이렇다.라고 정의하는 것이 올바를까?
물론 문화 유전적인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나는 일본 사람이기 때문에 깔끔하고,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성격이 급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OO인의 이미지는 그가 속한 사회가 추구하는 '구조적 문화'이다. 아래 나와 아내가 겪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보겠다.
아내가 한국 와서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먹을 때, 꼭 나눠 주는 모습이 참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저녁, 둘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아내가 귤을 까서 나에게 반을 주면서 말한다. "나 이렇게 귤 까서 누군가와 나눠 먹을 때 한국사람 다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왜? 귤 까서 나눠먹는 게?"라고 물었더니 자신도 한국 오기 전까지 귤을까서 나눠 먹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가족끼리도. 아~ 그래서 내가 처가에서 장인 장모님께 뭘 먹을 때 먼저 드리는 걸 처음에는 굉장히 신기해하고 낯설어하셨구나! 싶었다. 지금? 장모님도 나에게 귤을 까서 나눠 주신다.
그리고 또 아내가 처음 한국 왔을 때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 닫힘' 버튼을 '한번' 누르는 것이 아니라 문이 닫힐 때까지 계속 누르는 경우를 보고 처음에는 본인도 "많이 바쁜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생활 3년 차 어느 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힐 때까지 버튼을 누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내 이야기를 하자면 일본에서 공항 리무진 버스, 신칸센을 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내릴 때 기본적으로 좌석 앞 그물에 있는 쓰레기를 꼭 챙겨서 내린다. 한번, 두 번은 나도 모르고 버리고 내렸다. 그런데 나를 제외하고 모두 쓰레기를 가지고 내리는 것을 알고부터는 왠지 그냥 내리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결국, 10명 중에 8,9명이 하는 행동은 사회 문화가 된다. 나중에는 나처럼 외국인들도 그 사회 '구조적 문화'에 동참하게 된다. 쓰레기를 챙기고 내리며 왜? 이래야 하는지 납득은 안되지만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국가의 국민이 와도 하게 될 것이다. 이 사회의 문화니까.
국가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한 개인이 속한 가정, 스포츠 팀, 회사 조직에도 적용이 된다. 혹시, Winning Mentality라고 알고 있는가?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도 '팀 문화'로 결정된다고 한다. 이제 NFL의 시애틀 시호크스팀 이야기를 통해 개인이 속한 팀의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2014년 2월 2일 치러진 48회 슈퍼볼 경기에서 시애틀 시호크스는 덴버 브롱크스를 43대 8로 크게 이기고 38만의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감독 피트 캐럴은 말한다 "시호크스 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지 다른 팀에게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오늘 기량을 내일 넘어서는 팀 문화다. 그러므로 시호크스 팀에서 항상 경쟁하라는 말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라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다."라고 말한다.
이기고 싶다면 이기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이기는 조직의 일원이 되라고 말한다. 시호크스 팀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내가 속한 문화가 장기적으로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정체성은 우리의 모든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 팀(가정, 회사, 국가) 스스로가 규정한 모습이 그 팀이 이기는 원천이 된다.
'GRIT(끈기, 내재적 동기, 성장, 회복력)'의 저자 안젤라 더크워스는 책에서 우리가 자각하든 하지 않든 우리가 있는 환경, 문화는 우리 존재의 거의 전부를 형성하는 강력한 힘이라고 말한다.
팀의 특유한 문화와 거기에 합류하는
사람 간의 상호 작용 효과가 있다.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으면
개인도 그들을 따라 하게 된다. 집단에 맞추려는
동조 욕구는 매우 강력하다.
GRIT - 안젤라 더크워스
토요일 점심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족이 함께 식사를 했다.(지금은 내가 한국과 일본을 왔다 갔다 해서 못하고 있다) 그때 식사를 하며 가족 한 명 한 명 각자에게 고맙웠던 점 그리고 칭찬해 줄 점을 한 사람씩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보물을 찾는 시간이라는 뜻에서 그 시간은 우리 가족의 보물찾기 시간이다. 그때는 일주일간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우리 팀(가족) 문화를 배양하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 팀(가족)의 문화는 배우기, 상대 존중, 솔직함(취약성 개방)이다. 배우기는 아내와 나도 항상 아이들과 배운다. 아이들의 행동을 통해서도 항상 배우고,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아이들이 숙제를 할 때는 아내도 나도 함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한다.
상대 존중은 우리 부부는 내가 요리도 자주 하고 아내가 형광등도 곧잘 바꾼다. 성의 역할을 구분하지 않는다. 딸아이와 자전거를 고치기도 하고 아들과 함께 요리 준비를 한다. 그리고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로 부부싸움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절대로 체벌을 하지 않는다. 사랑의 매는 없다.
그리고 솔직함(취약성 개방)은 어렵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나도 아내도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대화로 소통한다. 그리고 응원을 부탁한다. 딸아이가 나와 닮아 쉽게 힘들고 어려운 이야기를 좀처럼 말하지 않았지만, 이런 소통을 오래 하면서 조금씩 학교에서 힘들었던 이야기, 도와줬으면 하는 이야기도 조금씩 오픈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가족 중 한 명이 어려움에 부딪히면 누군가가 큰 소리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외쳐준다. 그러면 또 누군가가 말을 받아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 것이 우리 팀의 구호이다. 최근에는 혼자 육아에 힘쓰는 아내가 지쳐 있으면 두 아이가 교대로 말을 해준다.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것이 우리 팀(가족)의 가장 중요한 문화이다.
여러분이 속한 팀(가족, 회사, 조직)은 어떤 문화를 소중히 하고 있는가?
" "대체 어떤 괴짜들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수영 연습을 하러 가지?
그런 훈련을 견디다니 기이한 사람들임이 틀림없어.
이렇게 생각했지만, 모든 사람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연습하러 가는 집단에 들어가면
자신도 그렇게 하게 된다.
그게 별일 아닌 것 같고 습관이 된다."
GRIT - 본문 중 (댄 챔블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