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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삣 Apr 27. 2024

 낡은 분홍을 버리니 빨강이 눈에 들다

재미 한알



'분홍'

빨강이 되기 어려워 분홍으로 주저하는 분홍은 검정이 되려는 회색과 같이 선명하지가 않아서 협상자리에는 입고 나가지 않는 것이 심리학적으로 맞다고는 한다.


그러나 분홍은 어중간하지만 귀여움을 표시하고  상처치유나  부드럽고 우아한 색감과 행복색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베란다 피나타 보르니아 분홍꽃진자리가 바닥에  지저분해져서 물청소를 하다가 본격적인 청소를 시작했다.


집안대청소를 하다 보면 반드시 썩은 부분이  나온다. 냉장고 속에 야채 중 하나가 썩어있는 것처럼  베란다를 청소를 하다 보면 안 쓰는 오래된 물건이 몇 개씩은 나온다.


 베란다 벽장을 열어보니 모서리가 깨져 있는 오래된 캐리어부터 수상한 박스 속의 안 쓰는 물건들 속에 선풍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분홍의 커다란 타월을 발견했다.

목이 건덩되는 선풍기를 덮어놓은 커다란 분홍 타월은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신혼여행 때 쓰던 타월이라고 의미를 둔 것일까  아이 낳았을 때 목욕타월로 쓰던 것인데 30년도 더 된 것이다.


쿰쿰한 냄새가 나서  자세히 보니 밑바닥에 물기가 있고 깔아놓은 장판에 곰팡이가 피어있어서 장판을 걷어내고 청소를 했다.


곰팡이 핀분홍을 보니   낙화 닮은 낡은 분홍은  버리기로 했다.


 물건 중에 침대깔개의 분홍이 해져있고  작년 여름내 줄기차게 입던 분홍 면티도 낡아서 버리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갖고 있던 물건 중 집안에서 쓰는 물건이 분홍이 많다. 하다못해 플라스틱 바가지까지 분홍이다.


분홍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리 분홍을 많이 가졌나 생각해 보니 분홍을 갖고 있으면 왠지 행복해질 것 같은 부적을 지닌 맘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은 꽃길만 가자고 바래도 쭉 분홍꽃이어지는 것도 아닌 잠깐의 꽃길뒤 또다시 고난이 찾아오는 것이  삶의 패턴 아니던가


  져버린 분홍을 굳이 간직하지 않아도 그냥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살면 된다. 


뭔가 부족하면 부족한 데로 살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번봄은  분홍의  피나타 낙화 꽃잎과 함께 가버렸다.

이제

좀 더 여름 닮은 빨강 쪽으로 가보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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