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채 Mar 03. 2020

비비안 마이어의 권리를 찾아서

사진가, 사진을 말하다

사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모두 다 아는 비비안 마이어의 이야기. 그런데 마이어의 아주 먼 친척들이 그녀의 작품 수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을 걸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얼핏 들으면 평생 알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돈을 벌겠다고 추하게 구는 것으로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다르다. 나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처음 마이어의 사진을 ‘발견’하고 유명하게 만든 말루프라는 인물 때문이었다. 마이어가 유명해진 과정과 이로 인해 얼마나 말루프가 부자가 되었는지를 자세히 알아본다면, 말루프라는 사람에 대해 그렇게 좋게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처음엔 이 사진들의 가치를 알지도 못해 이베이에서 필름을 잘라 판매했던 남자가 이제와서 마이어의 명예를 지키는, 그녀가 원했던 일을 대신 하고 있는 정의의 사도로 자신을 포장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았다. 그는 몇년전 마이어에 대한 다큐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이 다큐 내용 또한 마이어에 대해서라기보다 말루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시키기 위한 영화라는 느낌이 커서 보는 내내 깨림직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들었던게 나뿐만은 아니었나보다.


이미 일리노이 주에서 말루프의 이런 불로소득을 옳지 않다고 보고 법적인 제재를 가해왔는데, 현재는 수익의 일부를 일리노이 주와 나누는 것을 조건으로 말루프에게 마이어의 작품으로 상업행위를 할 권리를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딜이라는 이름의 사진가는 말루프가 하고 있는 짓들이 무척 옳지 못한 행위라고 봤으며, 그녀와 그래도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작품 소득이 돌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녀의 혈육을 찾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이어는 한명의 남동생이 있었는데 그는 아이를 남기지 않고 죽었다. 결국 외가쪽에서 2명, 친가쪽에서 5명의 혈육을 찾는데, 물론 우리나라로 치면 증조할머니 대에서 이어진 혈육이니 솔직히 남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말루프에게 모든 소유권이 돌아가는 것 보다는 이 사람들에게 권리가 있는 것이 낫다고 딜은 판단한 것이다. 그것이 이 소송의 이유다.


개인적으로는 이 ‘혈육’들을 응원하고 싶다. 말루프는 분명 비비안 마이어를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그것이 마이어를 위해서였을까 본인의 부귀영화를 위해서였을까. 마이어가 유명해짐으로서 가장 이익을 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말루프 자신이다.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말루프는 처음 한동안은 이 필름들을 사고도 이 사진들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을만큼 사진을 보는 눈도 없었다. 말루프 이외에 마이어의 작품 일부를 손에 넣었던 인물이 한명 더 있는데, 그는 말루프보다 더해서 이미 일리노이 주로부터 마이어 사진에 대한 권리를 빼앗는 것으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나는 더더욱 이 먼 친척들의 편을 들고 싶어진다.


나는 사실 그런 생각이 든다. 모두들 마이어가 죽고나서야 유명해져서 안타깝다고 하지만, 과연 그녀가 죽기전에 이 사진들을 선보였다면 평단에서 이렇게 열광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믿는다. 그녀의 사진이 좋지 않다는게 아니다. 하지만 숱한 좋은 작가들도 작가 자신을 어필하지 못해 사진계 높으신 분들의 눈길 한번 못받고 버려진다.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나서야 마이어는 숨겨진 사진계의 거목이 되었다. 하지만 결국 누구를 위해서인가? 씁쓸한 마음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연 사진 잘 찍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