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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채 Mar 09. 2020

나와 선배

서평이 독서의 끝이다 <12>


사진작가 히라노 타로가 일본의 인기잡지 Popeye에 연재했던 기획을 책으로 엮었다. 뽀빠이는 일본뿐 아니라 국내의 힙스터들에게도 사랑받는 잡지이니 아마 본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힙스터들이 좋아하면 또 피하고 싶어하는 성격이다보니 제목은 알면서도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책을 슬쩍 넘기면서 안에 사진들을 본 순간 이미 나는 이 책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진가는 사진가를 알아보니까. 사진이 좋으니 책도 좋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이 책은 저자인 타로가 일본 각지에 있는 '선배'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 주제다. 하지만 선배라고 해서 단지 사진가인 그의 개인적인 선배들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아트 디렉터, 배우, 만화가, 자전거 장인, 건축가등 다양한 필드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거장들! 그렇기에 개개인의 이야기가 다양할 수 밖에 없었고 덕분에 읽는 재미가 더해졌다. 사실 그렇게 심도깊은 인터뷰는 아니지만 오히려 더 잘어울린다는 느낌. 일본 작가답다고 해야할까 시종일관 지나칠 정도로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는 그의 글이지만 역시나. 선배들에게는 배울 것이 있다. 이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른들의 과거에서 나의 미래를 배운다. 이것은 인간이 진화해온 기본적인 방식이다. 이 책속에 나오는 뛰어난 인물들의 과거에서 나의 미래를 더 선명하게 그려볼 수 있었다.

선배들을 만나는 이 기획을 위해 일부러 필름 카메라를 구입해 필름으로 촬영을 했다는 히라노 타로. 덕분인지 책속의 사진들에는 따스한 분위기가 시종일관 가득하다. 사실 사진들이 너무 작게 나와서 그게 제일 아쉬웠다. 하기야 나같은 사진가나 이러지 출판사 입장에선 사진을 크게 넣어 책값을 올리기엔 부담됐을 터이지. 이 고민은 새로나올 나의 책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부분이라 괜히 동병상련을 느끼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도 이런 기획을 한국에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어디 신문사 잡지사 저를 좀 불러주세요. 한국에서도 분명 멋지게 해볼 수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날이 올때까지는 우선, 히라노 타로의 이책을 먼저 읽어보기를 추천해본다.

2017. 01. 완독.

나와 선배

-히라노 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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