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샘, 작은 고집으로 지켜온 시간
책이 나오고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해 본, 조금 더 자세한 마음 :
소묘 책방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한샘 책을 정말 좋아해서 책방을 하고 싶어진 것이라면 언젠가 결국은 하게 될 테니 그냥 빨리 하세요. 하지만 전보다 책 읽을 시간은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소묘 서점원Q에게 ‘고르는 마음’이란?
한샘 두렵지만 계속하고 싶은 마음. 한 명이라도 더 내 쪽으로 끌어당기고 싶은 마음.
소묘 ‘소묘의 여자들’ 공식 질문입니다. 한샘 님의 아끼는 단어는 무엇인가요?
한샘 굳이.
단단한 마음으로, 구태여 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나아가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나와 아무 상관이 없어도, 내게 도움이 되지 않아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그런 고집으로 삶을 이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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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님에게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꼭지와 구절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출근하기 싫은 날>을 꼽아주셨다.
“책을 파는 일은 결국 다른 세계에서 오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책방으로 출근하는 것은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기로 작정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도 여전히 어색한 일이어서 나는 이 일을 오래 하고 싶기도 하고, 당장 그만두고 싶기도 하다. 오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실망하고, 왔으나 책을 사지 않는 사람으로 인해 슬플 때면 음악도 없이 꿀렁꿀렁 몸을 움직이던 아이를 생각한다. 우산이 있지만 우비에 달린 모자 위로 떨어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온몸을 둥글게 둥글게 만들던 아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그 움직임. 내게도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고, 몸 대신 마음을 둥글게 둥글게 만들어본다.”(94-95쪽)
서점원Q는 오늘도 기다림의 편으로 기울어 책방의 문을 열고 책을 고르며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다른 세계에서 오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은 결국 세상을 사랑하려는 마음이 아닐까. 책을 고르는 일은 누군가의 시간을, 마음의 방향을, 때로는 삶의 궤적을 바꾸는 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한 명이라도 더 내가 사랑하고 믿는 책과 세상의 편으로 이끌기 위해, 두렵지만 계속해서 나아가는 그 다정한 고집이 그저 고맙다. 거창한 계획이나 다짐 없이도, ‘굳이’, ‘구태여’ 하는 마음이 얼마나 단단할 수 있는지를 배운다.
“그의 독자로 사는 것은 나의 장래 희망”이라는 장일호 기자님의 말처럼, 나 역시 오래오래 그의 음모에 기대어 그가 열어주는 세상의 새로운 문들을 굳이 열어보고 싶다. 그렇게 우리가 둥글게 둥글게 이어진다면 좋겠다.
인터뷰 전문 : https://sewmew.co.kr/소묘의-여자들-정한샘-작은-고집으로-지켜온-시간/#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