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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림 Nov 21. 2021

어려운 마음

출근하는데 책방 문 앞을 자전거가 막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반층을 올라간 1층에 있는 책방 문 앞을 길게, 문을 열 수조차 없게 야무지게  막고 있다. 계단 중간에 있는 셈이라 반 층 아래로 내려두어야 문을 열 수 있고 통행이 가능한데 내 것이 아니니 섣불리 옮기기도 겁이 난다. 제대로 못 세워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내가 옮겨도 되는지 물어보려 자전거 주인의 번호를 건물주에게 물으니, 건물주는 자신이 직접 말하겠다며 일단 아래로 옮겨 놓으라 한다. 


사실 이 자전거 주인과 나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자전거 주인은 위층 어린이인데, 책방 앞에 종종 쓰레기를 버리고 올라가고, 책방 앞에서 친구들과 동생과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쓰레기는 몇 번 치우다 이야기했는데도 무시하며 올라갔고, 싸움은 나가서 중재해보려 했지만 어쩌라고요!라는 소리에 뒷걸음쳐야 했다. 처음에는 반가이 인사를 주고받았던 것도 같은데 이런 일들이 몇 번 쌓인 후로는 계단참에서 마주쳐도 대면 대면해진 참이었다. 이런 이유들로, 내키진 않았지만 책방 문은 열어야 하기에 일단 조심스레 계단 아래로 옮겨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세워두고 책방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자전거에 대해서는 잊고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퇴근 준비를 하는데 입구가 소란스럽다.  얇은 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전거 주인의 양육자께서 책방 입구에 서서 아이에게 전화해, 자전거를 당장 밖에 있는 공용 거치 공간으로 옮기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다.  열린 문으로 그 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자니 이 상황이 나 때문인 것 같다. 이런 날 나는 많이 억울하다. 어린이를 존중하고, 친절히 말하고, 마음 상하지 않게 하려 노력하는데 내 노력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자전거 치우라는 못된 사람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하지만 원래 자전거는 계단 중간을 막고 있으면 안 되고, 사실은 건물 안에 있어도 안 된다. 큰 자전거 두 대가 입구에 있으면 유아차는  진입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나의 불편한 마음을 털어 보려 하지만 한 번 어두워진 마음은 쉽게 맑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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