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rah Jun 23. 2024

신과 함께

발리 사람들

나는 지금 발리에 살고 있다. 17년 전에 왔을 때는 리조트에서 지내며 관광 위주로 돌아다녔던터라 이 섬의 실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에 와서 여기 저기 다니며 정이 들고있다. 처음엔 맛집과 클럽을 다니며 이십대처럼 노는데 심취했지만 (실제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항상 나를 이십대로 본다. 이것은 이 나라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ㅋ) 지금은 요가도 하고 사색도 하면서 갈수록 진지하게 발리 생활에 젖어들고 있다. 전세계 사람들이 한결같이 선호하고, 한 번 오면 또 오고 싶은 곳이 발리인 이유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발리만의 묘한 기운도 한 몫하리라 생각된다.


나는 아무리 좋은 곳을 가도 거기의 현지인들이 개떡같으면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데, 참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발리 사람들만큼 친절하고 순한 사람들이 유독 많은 곳도 거의 없었다. 신들의 섬 발리 사람들의 대부분은 힌두교 신자이다. 같은 힌두교라도 인도 문화와는 조금 다르다고 들었는데, 발리에서는 아침에 길을 걷다보면 집집마다 작은 상자나 접시에 꽃, 과자, 향, 떡 등을 담아서 제단 위에 올리거나 집앞 땅바닥에 두는 모습을 꼭 보게 된다. 식당도 호텔도 마사지샵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매일을 그런 의식을 치르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방인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라 낯선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것이 몸에 밴듯하다. 생활에 쫓기고 아무 생각없이 일어나서 허겁지겁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과는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택시 기사의 말로는 그들은 한국에 비해 경제적으로만 딸리지 큰 걱정않고 주어진대로 그렇게 살아간다고 했다. 늘 신과 함께 한다고 생각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거만은 사람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기 아주 좋은 요소이다. 그런데 신을 떠받든다는 것은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도 내포하기에 그들이 겸손하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무탈하고 행복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신이 있건 없건 운은 믿는대로 흘러가고 사람은 믿는대로 살아간다. 자신감과 자존감도 갖춰야겠지만 항상 나 이외의 존재도 인식하며 살아가는 것과 아닌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교리를 맹목적으로 따르고 교주를 맹종하는 일은 지양해야 되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종교생활은 충분히 권장할만하단 생각도 든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많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