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제주산책 walk&talk (17)
라디오 DJ가 제일 싫어하는 연예인은?
문서창을 열고 글을 썼다 지웠다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이 시국 여행’이란 말이 나오는 상황에 제주 관광에 대해 어떤 얘기를 쓰는 게 좋을지 몰라서. 미국의 소설가 J.B.프리스틀리가 말했다. “애당초 글을 쓰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꼭 써야 한다면 무조건 써라. 전혀 희망은 보이지 않고 남들 다 온다는 영감이라는 것이 오지 않아도 그래도 써라. 얼음같이 냉혹한 백지의 도전을 받아들여라” 그래서 커서를 밀어가며 꾸역꾸역 쓰긴 했는데 읽어보니 너무 무겁다. 나조차 들지 못하고 글에 깔릴 것 같은 기분, 다시 삭제.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가벼워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러고 앉으니 느닷없이 난센스 퀴즈 하나가 둥실 떠오른다. 무게가 없기로 치면 난센스 퀴즈만 한 게 없지.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생각이나 하고 싶을 땐 난센스 퀴즈가 딱이다. 딸기가 직장을 잃으면? 딸기 시럽! 같은 것. 아, 예를 들어도 하필이면… 자, 다시 돌아가서 라디오 DJ가 제일 싫어하는 연예인은 누굴까? 정답은 노사연이다. No 사연!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에 청취자 문자가 그만큼 비중이 크다는 얘기.
주말 오전에 제주교통방송에서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노파심에 말해두자면 나는 노사연 씨를 무척 좋아한다. 그녀의 노래는 물론 예능감도 사랑한다. 그 유쾌함, 진심 닮고 싶다!) 지역 기반이다 보니 문자 참여가 많지는 않지만 감사하게도 늘 출석 체크를 해주는 애청자들이 있고 관광지이다 보니 관광객들의 문자도 종종 올라온다. 방송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도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이질감이 없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최근 문자창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코로나19를 대하는 도민과 관광객의 온도 차이 탓이다. 초, 중, 고 개학이 세 차례나 미뤄지고 집 안에서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져 답답하다는 사연과 확진자가 적은 제주로 여행 와 어디 어디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연이 동시간 들어오는 것이다. 관광객들도 마스크를 쓰고 전반적으로 조심하는 분위기지만 뜨겁고 미지근한 정도의 차가 확연히 느껴진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제주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제주도가 ‘대한민국 제일의 관광지’인 이상 이런 일은 언제고 반복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의식 문제가 아닐는지. 이 섬에서 터를 잡고 일상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가 관광객에게 필요하고, 관광업과 무관한 도민들도 감정을 세우기보다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그런 일. 코로나 19를 떠나서 말이다.
힘들고 지친 요즘이시죠- 긴 글 읽어주신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잠시나마 쉬어가세요- 이런 글을 쓰고 싶었는데! 역시 어렵다. 이래서 비극 속에서도 희극을 찾았던 찰리 채플린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고전으로 꼽히는 걸 테지. 그런 의미로 채플린의 명언으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이 사악한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조차도.”
[김민정의 제주산책 walk&talk]는 동명의 제목으로 제주도의회에 연재 중인 칼럼을 묶은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