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LO Nov 12. 2023

영원한 진보는 없다.

역사는 진퇴가 반복된다. 진퇴를 반복하며 궁극적으로는 앞으로 나아간다. 후퇴는 그 힘이 강력하더라도 영원할 수는 없다. 나아감은 그것이 미약하더라도 계속해서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가 딛고 있는 역사의 순간은 그 시점이 후퇴일 수도 있고 나아감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나아가데 돼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생애주기 속에서 일어날 수도 그것보다 훨씬 긴 시간의 단위로 이뤄질 수도 있다. 물은 중력을 거슬러 흐를 수 없다.


보수와 진보는 어떤 시점에나 존재하고 사투한다. 하지만 시간의 단위를 길게 잡을수록 보수는 역사의 뒤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보수를 몰아낸 진보는 새로운 세상의 보수가 된다. 그리고 새로운 진보의 도전을 받는다. 그리고 사투한다. 그리고 진퇴가 반복된다. 다시 진보가 보수를 몰아내고 그 패턴이 반복된다.


보수와 진보는 세력이 아니라 현재의 상태다. 진보는 자기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어느새 보수로 변환된다. 과거의 진보가 현재의 진보로 이어지지 않는다. 더 진보적인 세력, 세대의 등장은 이전의 진보를 보수로 규정한다.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역사가 진퇴를 반복하고 보수를 몰아내는 진보가 새로운 보수가 된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라면 보수주의는 그 흐름을 막는 것이 아닌 늦추는 것이 되고 진보주의는 자명한 그것을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 거대한 역사의 진퇴의 흐름 속에서 어떤 누군가를 보수와 진보 단 하나의 상태로 규정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또는 가능한 일일까? 다만 기억하고 싶은 것은 자기 자신이 어떤 쪽을 지향하는 것과 내가 그것인 것에는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3.09.21

매거진의 이전글 신경과 신뢰의 맞교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