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다는 것은 어떤 누군가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과 같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어렵고 험난하고 그래서 고귀하다. 그러니 결혼을 한다는 것은 행복을 맞이하겠다는 것이 아닌 어떻게든 그 행복을 창출하겠다는 마음가짐이어야 한다. 그 험난함 속에서도 어떻게 행복의 씨앗을 계속해서 뿌릴 것인지, 나의 상대방은 그 씨앗을 뿌릴 가치가 있는 존재인지, 그 험난함을 감내할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그런 고민과 사고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은 어렵고 그래서 살아하는 사람과 함께여야 그나마 그 어려움이 덜어진다.
가장 힘겨운 순간을 삶의 디폴트로 둬야 한다는 말은 그래야 그렇지 않은 순간들이 얼마큼 축복인지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이란 언제든 그 힘겨움이란 티폴트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제를 안고 살아야 그것이 불행이 아닌 응당 지나쳐야 하고 또 다뤄야 할 삶의 한 부분인 것으로 인지할 수 있다. 그래야 당황에 빠지지 않고 그 너머에 다시 찾아올 안녕을 기릴 수 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르게 만든다.
상대방과 함께하는 삶이란 것도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결혼이란 원래 힘겹고 어려운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산다면 우리는 상대방이 그것을 얼마나 덜어내주고 있는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살아가는 인생이 주는 공허함을 인생의 디폴트 값으로 둔다면 함께하여 얻는 결속감과 긴장감이 가지는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함께함의 힘겨움을 전혀 덜어내지 못하는 다른 누군가와의 삶을 디폴트로 두면 지금의 상대방이 그 힘겨움을 덜어내려는 노력이 더 값어치 있게 다가올 것이다. 그런 태도를 가지고 행복의 요소를 계속해서 발견해 내는 것이 결혼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23.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