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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Jun 03. 2024

Jo Min

[8일 차] 비야블랑카 델 비에르조 호스텔

비야블랑카 델 비에르조의 호스텔은 이번 여행에서는 이례적으로 조식을 제공했다. 전날 뒤늦게 도착한 호스트에게 체크인을 할 때 다음 날 아침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는데 식당에 가보면 내 이름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 설명 그대로 식당에는 내 몫의 빵이 담긴 플라스틱 통에 이름이 붙어 있었고 냉장고에는 곁들여 먹을 잼과 버터, 그리고 치즈가 있었다. 포스트잇에 적힌 내 이름은 풀네임 JO MIN GON이 아닌 '곤'자가 빠진 JO MIN이라고 적혀있었다.

어렸을 때 엄마는 나를 '조민'이라고 불렀다. 조민곤 조인곤 두 형제를 부를 때 조민, 조인으로 '곤'자를 생략해 불렀다. 인과 민이 발음이 비슷한데 곤까지 붙이면 누구를 부르는지 헷갈리기 때문에 민이나 인에서 끊어 강세를 주어 부른 것이다. 실제로 멀리서 들어보면 그 발음이 인인지 민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JO MIN'이라고 적혀있는 메모는 마치 엄마가 부르는 듯했다. 아침으로 제공된 음식은 식빵  개에 여러 종류의 개별포장된 빵들이었는데 한 번에 먹긴 많아서 식빵만 구워 먹고 나머지는 가지고 갔다. 안 그래도 전날 장을 바 와서 배낭이 이전보다 꽤 묵직해져 있었는데 호스텔에서 제공한 일용할 양식 덕분에 그 무게가 조금 더 무거워졌다.


게스트들 중에서 가장 늦게 일어난 전날의 남자는 거실로 문을 열고 나오면서 나머지 사람들에게 익살스러운 경례를 했다. 모르긴 몰라도 여러 가지 의사 표현이 굉장히 적극적이고 다이내믹하며 풍부한 사람인 것 같았다. 오늘의 조언을 전한 그를 뒤로 하고 다시 당일의 순례길에 나섰다.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는 것이 순례길의 보편적인 문화이자 매력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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