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성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Dec 20. 2022

월드컵, 그 치열함

선수들에게도, 기자에게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마무리됐다. 우승은 아르헨티나. 아마 전 세계 사람들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바란 것 같다. 이번 대회가 라스트 댄스임을 선언한 리오넬 메시 때문에. 다행히 메시가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대다수에게 해피 엔딩이었다. 프랑스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빼고.


축구 기자 1년차에 월드컵을 경험하게 됐다. 기자가 된 후에 어떤 걸 해보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월드컵 현장 취재라고 답을 했다. 이번에는 회사 선배가 출장을 갔고 신입인 나는 한국에서 백업 역할을 맡았으나 그것만으로도 설렜다. 이루고 싶은 목표에 조금 더 가까워진 상황이니까. 그래서 대회 준비부터 의욕이 넘쳤다.


본격적인 기자를 준비했던 20살부터는 월드컵 개막 전에 참가국 32개국을 정리하는 일을 했다. 예전에는 주로 축구 전문 잡지를 통해 정보를 얻었는데 요즘에는 방법이 다양하다. 잡지뿐 아니라 유튜브, 해외 사이트, 기사 등 다방면으로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개최국인 카타르부터 H조 우리나라를 마지막으로 기본적인 전술, 스쿼드, 팀 상황 등을 정리했다. 사실 이 과정이 가장 피곤하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매년 하는 대회가 아니니까”라는 대답을 하고 싶다. 다음 대회는 4년 뒤에 찾아온다. 이번이 아니면 어느 국가의 경기는 4년 뒤에야 볼 수 있다. 심지어 그 팀이 다음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면 기다림은 더욱 길어진다. 4년에 한 번이라는 특별함은 꽤 크다.


또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믿는다. 월드컵 기간 근무 중에 내가 어떤 경기를 맡을지 알 수 없다. 원하는 경기만 볼 수 없고 보기 싫은 경기도 근무라면 보고 기사를 써야 한다. 당연히 알고 있는 게 많을수록 기사 한 편이라도 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공부했고 준비했다.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처음 겪은 ‘월드컵의 네이버 스포츠’는 실제 경기를 치르는 현장처럼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일단 기사가 엄청나게 쏟아진다. 나부터도 기사를 많이 쓰니 이건 당연하다. 변수는 평소 스포츠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매체들.



평소 스포츠 관련 기사를 다루지 않는 언론사도 월드컵 때는 축구 기사를 쓴다. 자연스레 경쟁은 치열해지고 일명 ‘묻히는 기사’가 늘어난다. 매체들이 잘못됐다는 건 절대 아니다. 당연히 월드컵이라는 빅이슈가 있으면 해당 소식을 다루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안에서 좋은 기사를 쓰고 조회수를 높이는 건 나의 일이자 ‘경쟁력’이다. 나름 손흥민의 토트넘 경기,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경기 등 기사 많이 나오는 상황을 1년 정도 겪었기 때문에 월드컵도 그와 같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월드컵은 그 이상이었다. 더 치열했고 험난했다. 열심을 담아서 쓴 기사가 파도에 휩쓸려 가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생각보다 허탈하다. 또한 일종의 ‘기사 훔치기’도 있었다. 기사의 한 문단을 조사 하나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베껴 쓰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카타르 현장에서 단독 인터뷰한 회사 선배의 기사도 가져가 쓰더라.



결과적으로는 나의 경쟁력이 부족했다. 월드컵 시작 전에 비하면 조회수도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인센티브가 줄어들었고 사고 싶었던 옷을 다음 달로 미뤘다. 가장 슬픈 일...) 물론 네이버 메인에 올린 기사도 있고 조회수가 잘 나온 기사도 있었다. 그럼에도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돌아보면 전쟁 같은 월드컵이니까 이 정도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51%, 아쉬움이 49%를 차지하는 것 같다. 50대 50 상황에서 1년차 신입이니까 위로에 '1%'를 더했다. 딱 1%만. 이전과 다른 치열함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다시 한번 경쟁력의 필요성을 배웠다는 점에서 자책보다는 앞으로를 향한 방향성을 바라보자는 의미다. 4년 뒤에는 현장에 있을 수 있도록.


고생했고,

힘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