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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un 14. 2024

한나 파울리-아침식사 시간 1887-눈이 부시게

햇살이 도착한 식탁은 이 그림의 주인공인 듯 시선을 집중시킨다. 하얀 식탁보가 깔린 식탁 위에 햇살이 만들어낸 그림자들이 눈에 보인다. 마치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맞이해주는 식탁보 위에  햇살이 그림을 그리는 듯 자유롭게 자국을 남기고 있다. 

 

르누아르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림자의 표현은 그 당시 곰팡이 얼룩 같다며 사람들이 혐오하는 시선으로 바라봤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상할 것 없는 표현이 그때의 문화와  경험에 따라 결정된 시선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 당시 사람이 가진 편협한 생각이 시각적 정보를 받아들일 때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자기 방식대로 해석된 그 시대의 편견인 것으로 느껴진다.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는 것은 그림에서만이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생각에 얼마나 깊이 접근하여 바라보고 이해하고 표현하는가!


 함께 차를 마시며 식사를 나눌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그들의 관계가 궁금해지고 상상해 보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 찻잔은 세 개로 보인다. 세 사람이 함께 아침을 맞이하게 될 거고 그것을 준비해 주는 사람이 있다.  아직 식사를 나눌 대상들은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식사할 사람들이 자리에 앉기 전의 순간을 작가는 담아낸 것이라 상상해 보았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전 순간을 설정할 때 식사를 마친 후 혹은 도중일 수도 있는데 왜 아침식사를 하기 전 준비를 아직 다 미치진 않은 상태의 한 장면을 포착해서 그리게 된 것일까?

아침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 

그 시간은 어떤 의미를 둘 수 있을까?

아침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시점으로 담아 표현한 거 아닐까? 생각했다.


햇살이 찬란한 걸 보면 날씨는 화창하고 적당한 바람도 불 것 같은 날이 연상된다. 싱그러운 잎사귀가 여린 잎 색을 띠고 있는 것을 보면 여름이 오기 전 늦봄으로  아침을 도와주고 있는 사람의 옷차림이 더해져 계절을 예측해 볼 수 있었다. 


적당히 바람이 불고 햇살이 따듯하게 비취는 아침은 기분 좋은 호르몬이 대방출하지 않는가! 


기분이 좋은 아침을 기다리며 잠깐의 산책을 함께 하는 가족의 모습이 바로 이어서 연상되었다. 찻잔 하나가 작은 것으로 보아 아이의 것으로 보였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는 아침이 준비가 다 될 때까지 그 주변을 걸으며 자외선 섭취부터 하고 있었으리라. 아이는 아침 속 자연이 맞아주는 풍경 속에 세상을 느끼는 시간으로 부모들은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아이가 느낄 아침을 행복한 시선으로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아침을 여유 있게 시작할 수 있다는 증거로 보이는 한나 파울리 작가의 <아침식사 시간>은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 속 한국 사람들의 출근시간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상반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여유 있게 차 한 잔은커녕 밥을 챙겨 먹을 시간 없이 한 손엔 드라이브스루로 스타벅스 커피를 받아 열심히 운전을 하거나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그마저도 여유가 없이 대중교통 앱으로 시간의 확인하며 타이트한 이동을 하기 바쁘다. 놓치면 지각을 하기에 발걸음마저 여유가 없다.


 

줄리언 오피(b, 1958), <Walking in Sadang-dong in the Rain.>, 2014, Vinyl on Wooden Stretcher, 230x344.3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줄리안 오피 작가는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인파가 많이 움직이는 사당동과 강남역 등을 지켜보며 오고 가는 사람들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 있다. 유럽 사람들과 달리 한국 사람들은 걸으면서도 무엇을 보고 있거나 무엇을 하고 있고 발걸음이 빠른 템포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포착하여 그린 그림이었다. 그가 그린 유럽 사람들은 그림 속에서조차 여유 있는 발걸음이 느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련되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의 모습이 많이 반영된 모습이었다.


 다시 한나 파울리 그림으로 돌아가서 그녀의 그림은 그렇기에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숨 돌리게 되는 듯 평온하게 나의 들숨과 날숨을 느낄 수 있었고, 식탁보에 내려앉은 햇살이 내어주는 따뜻함에 나른 해지는 텐션이 전달되었다.


쉼, 이란 이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쫓기지 않고 그날 아침이 선사해 주는 모습을 만끽하고 그날의 선물 같은 하루를 느끼며 시작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천천히 오늘의 할 일을 생각해 볼 수 있고 오늘을 어떻게 보낼지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 


평범한 일상이 오늘이 되어주고, 그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 하루인지를....


무엇보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마주 앉아 아침을 맞이하며 하루를 함께 시작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순간이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으며 감동적인 순간이리라 단언해 본다.


당연할 것 같은 그 찬란했던 순간들이 당연하지 않았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민 늦어버린 후가 많 다. <눈이 부시게> 드라마 속 한혜자 연기자분이 이야기하신 명대사처럼 " 오늘을 사세요. 눈이 부시게 " 이 말과 함께 <아침식사 시간>그림 속 햇살이 우리의 삶에 일상 중 한순간에 오늘. 오늘을 대표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가 시작도 다르고, 끝나는 지점도 다르지만 함께 모여 시작하는 따뜻한 아침은 선택할 수 있듯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하루를 응원해 주는 시간이 될 수 있는 그림 속 아침식사시간처럼 가족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아침햇살을 받아 그림을 담아내는 하얀 식탁보가 펼쳐진 테이블처럼 그렇게 평범한 일상 속에 드리워지고 담아지길 바란다. 눈이 부시게 오늘을, 그리고 오늘의 아침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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