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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찬휘 Apr 06. 2023

흑인 인어공주는, 이제 망하면 안 되는 작품이 되었다.




남자들밖에 없던 예능 바닥에 여성들만 나오는 예능이 조금 생겼을 때 사람들 반응 가운데 웃겼던 게 남자들이 이제 여자들에게 밀린다-였다.


고작 몇 개 생겼다고 그런 소리가 나온다. 어느 한 쪽이 보편이라 여겨지던 상황에 균열이 났다는 이유로 마치 세상이 뒤바뀐 것 같은 반응이 나오지만 현실은 고작 열에 한둘 정도 비율이다. 여전히 예능은 남자 대부분에 여자 한둘이 들어갈까 말까가 대부분이다. 롤도 여전히 장식용 꽃 수준이고.


그런 거다. 사회 권력에서 지배적 위치에 서 있는 쪽이 주도권을 늘 빼앗아가던 구도를 비판할 때 쓰는 용어를, 반대가 몇 나온다고 적용하면 곤란하지.


애초에 남녀와 백인-유색인종, 비장애인-장애인의 구도는 동등하지 않았다. 이들에 주목하는 게 나왔다고, 이들로 주인공을 삼은 게 불편하다면, 그 구도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뿐이라고 말해야겠지. 살면서 일평생 별로 불편해 하지 않을 위치에 본인이 서 있다는 것조차 권력이다.


거 참 한국인들이 연기하는 외국산 뮤지컬의 한국어판은 단 하나도 용납 못 할 사람들 천지로세… 아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국어판 더빙이나 한국어판 노래들을 원작 훼손이라며 분개하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똑같은 소리 할 사람들 넘쳐날 건 충분히 예상된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은 변하지 않아.


수업 할 때 학생들에게 말해준 바지만, 작품 내용도 아닌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데 심지어 차별주의나 엘리트주의를 깔아놓고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이 나온 경우(예 : 코미디언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를 여기가 만만하냐 뇌까린 영화 평론가) 그 시점에서 이 작품은 망해선 안 되는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영화판 <인어공주>는 그 이유만으로 절대로 망해선 안 되는 작품이 되었고, 그래야 할 이유를 당신들이 제공했다. 이게 망하면 졸지에 차별주의가 옳았다는 말이 될 거거든. 그러니 정말 보기가 싫었다면 다른 방식을 찾아야 했을 터지만, 애초에 차별주의자들에게는 그럴 머리가 없다.



그러게 적당히들 하지 그랬어?



_서찬휘(2023.04.05)




***



1) 화이트 워싱의 대표 주자, 중동 출신인데 서양인처럼 그려진 예수 그리스도

2) BBC가 복원한 중동산 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이거 보고 오 마이 지저스는 이렇지 않아를 연발한 극동아시아 꼬레아노 야소교 신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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