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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운 Jun 04. 2017

뉴질랜드 슈퍼마켓 쇼핑

뉴질랜드 전역의 카운트다운, 웰링턴의 뉴월드마켓

나는 여행지의 슈퍼마켓을 사랑한다. 여행 다닐 때 꼭 필요한 물건도 구매할 수 있고, 그 나라에서만 파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상품, 먹거리, 한번쯤 꼭 맛봐야 할 국민 간식, 패스트푸드, 반조리 식품, 유제품, 주스, 맥주, 와인, 치즈 등등 체험해봐야 할 게 한가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딜 가든 근처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이 어디인지 알아두고 지역을 탐방하기 전 슈퍼마켓부터 섭렵한다. 

일반 흰 우유도 있지만 초코 우유나 커피 우유도 대용량이 있고, 염소 우유까지 데일리 제품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 체인은 카운트다운이다. 24시간 영업이란 게 잘 없는 뉴질랜드에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과 함께 거의 유일하게 24시간 오픈하는 곳이 바로 이 슈퍼마켓 체인이다. 모든 지점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오클랜드와 같은 대도시의 일부 지점에 한 해 24시간 영업을 한다. 같은 체인이라도 지역마다, 또 규모에 따라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폐점 시간은 미리 체크해두는 것이 좋다.

소시지 모양의 1-2kg 포장이 즐비한 강아지 밥이다. 반려견에게 하나 사다주고 싶었던 제일 신기했던 코너.

뉴질랜드에서 카운트다운 외에 유일하게 큰 슈퍼마켓으로 소개받은 곳은 웰링턴의 뉴월드마켓인데, 상품 구성이나 규모는 카운트다운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식료품 외에 슈퍼마켓 한편에서 판매하는 샐러드나 로스트 치킨, 베이커리 종류도 비슷했다. 

소고기, 양고기 종류가 돼지고기보다 다양했다.

같은 체인이라도 규모가 작은 곳은 동네 슈퍼마켓 정도고, 규모가 큰 곳은 우리나라 대형마트와 거의 유사하다. 물건을 구경하고 사는 재미를 느끼려면 사실 규모가 조금 더 있는 편이 좋다. 물론 크고 작음을 떠나 물이나 우유, 과일 등 기본적인 먹거리를 공급받으려면 작더라도 근처 슈퍼마켓 위치는 꼭 알아둔다.

관광지에선 찾는 사람이 많은 건지 우리나라 라면 종류가 슈퍼마켓 한 켠에 즐비하다.

사실 여행 초반만 해도 "사먹지 뭐" 하는 마음에 소소한 필수품 외에는 잘 사지 않았었는데, 밤에 마실 음료수, 맥주, 와인 등 아이템 가짓수가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급기야는 "해먹지 뭐"로 바뀌고 말았다. 그만큼 슈퍼마켓 쇼핑이 재미있고, 살 것들이 많았단 얘기다. 게다가 이런 시도가 가능한 건 독특한 뉴질랜드이 숙소에 있다. "롯지(Lodge)"라고 해서 우리나라 콘도와 비슷한 개념의 숙소인데, 호텔과 달리 유닛마다 작은 부엌과 조리기구가 모두 들어 있다. 전자레인지나 전기포트, 토스트기는 기본이고, 심지어 인덕션에 소금, 후추와 같은 기본 양념까지 준비되어 있으니 한번 써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파스타는 끓는 물에 넣고 삶은 뒤 파스타 소스와 비벼주면 한 끼 식사로 끝!

간단히 삶아서 먹을 수 있는 생파스타는 물만 끓여서 집어넣고 파스타 소스를 뿌리면 완성되는 간단한 음식이다. 파스타 종류나 소스 종류도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커피 프레스로 신선한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슈퍼마켓 쇼핑으로 조식 부페 부럽지 않은 근사한 아침 완성

숙소에 준비된 원두와 처음 사용해본 커피 프레스로 신선한 커피를 내리고 자칫 부족하기 쉬운 섬유질은 한 팩씩 포장된 샐러드로 해결한다. 종류에 따라 다양하지만 드레싱이 들어 있는 제품이 먹기에 더 맛있다. 주방 용품이 다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슈퍼마켓에서 산 식빵은 토스트하고 크림치즈로 하나 사 여행 내내 잘 발라 먹었다. 따로 조식 등을 신청할 필요가 없어 경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아침 회차가 거듭될수록 베이컨을 추가로 굽는 등 가짓수가 늘었다. 

조리 코너에서는 다양한 샐러드, 햄, 치즈 등을 판매한다. 원하는 것을 사이즈대로 골라 주문할 수 있다.

사실 슈퍼마켓을 돌다보면 먹고 싶은 게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기 마련인데, 샐러드도 종류별로 먹어보고 나중엔 조리 코너에서 파는 코울슬로나 시저 샐러드를 추가로 사먹기도 했다. 300g, 500g 등 일회용 컵 사이즈를 고를 수 있다. 종류별로 가격도 천차만별이나 채소만 들어 있는 샐러드팩에 비해 맛이 다양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음료수, 과자, 술 등 슈퍼마켓 쇼핑 품목이 날이 갈수록 늘었다.

물이나 주스, 우유 등은 평소에도 많이 먹는 것들이니 당연히 쇼핑 목록에 추가되어야 하지만 과자나 술, 기타 제품 등은 우리나라와 파는 종류도 다르고 이름도 다르니 한번쯤 먹어봐야 할 것들이 늘었다. "MAC'S"라고 이름 붙은 사이다(스프라이트가 아니라 술 종류다)는 오렌지향, 레몬향, 진저향 등 다양한 맛이 나는데, 다른 주류에 비해 가격이 싼 편은 아니나 알코올 도수도 세지 않고 상큼한 맛에 야식과 함께 자주 곁들였던 주류로, 꼭 한번 마셔보길 추천한다.  

뉴질랜드에서도 피쉬앤칩스를 많이 먹는다. 슈퍼마켓에 파는 냉동 피쉬 커틀릿을 조리했다.

돌아보면 여행지에서 이것저것 시도해본 게 다 추억인데, 인덕션 화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피쉬 커틀릿을 시도한 거나 돼지고기 목살을 구운 건 조리 과정이 길고 험란했지만 나름 맛에는 만족했던 메뉴다. 그렇지만 누가 저렇게 해먹겠다고 하면 "그냥 사드시는 게 나아요"라고 할 듯. 만들기야 재미있지만 치우는 과정은 또 다른 고역이니 그 부분만 해결되면 슈퍼마켓 쇼핑하고 저녁 몇 끼 정도는 현지인이 먹는 걸 직접 요리해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인 것 같다.

여행 말미엔 절로 생각나는 한국 음식을 대표해 라면도 끓였다.

덧. 신기한 마음에 염소 우유를 사보았는데, 차가울 땐 마실 만하나 조금 미지근해지는 순간부터 비릿한 맛이 나기 시작해 이 맛에는 전혀 적응할 수 없었다. 꾸역꾸역 삼일에 걸쳐 마셔보았지만 결국 반이나 남기고 버려야 했던 비운의 아이템. 호기심이 왕성하신 분들께 드시길 권해본다.

시리얼과 비슷한 뮤즐리, 요구르트로 아침을 해결하고 염소 우유를 한 잔 곁들였으나 염소 우유의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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