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독특한 뉴질랜드의 원시림 체험
로토루아는 뉴질랜드 북섬에서도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도시 전체에 달걀 삶은 냄새 같은 유황 냄새가 나고 지열에 의해 몇 백 도 이상으로 덮혀지는 온천물로도 유명하다. 호수 근처에만 가도 땅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로토루아에서 제일 처음 찾은 곳은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레드우드 숲이다. 로토루아 시내에서 버스로 15분 정도 걸린다. 참고로 버스 정류장에 가면 버스 노선별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버스가 자주 오는 게 아니므로 노선별로 정류장의 출발 시간을 확인하는 게 좋다.
숲 입구에는 관광 안내소가 있고, 나무 위로 올라가 숲을 조망할 수 있는 시설물도 있다. 고개를 뒤로 제껴도 제껴도 눈에 나무 끝이 잘 보이지 않는 키 큰 나무와 고사리와 같은 고생대 식물이 어우러진 숲이다.
하이킹은 가벼운 1시간짜리도 있고, 3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전문가급 코스도 있다. 레드우드 입구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코스를 확인할 수 있으며 맵도 얻을 수 있다.
나는 1시간이 조금 덜 걸리는 짧은 하이킹 코스를 걸었는데, 구불구불하거나 언덕이 있는 험한 지형은 없지만 길을 따라 걸어들어갈수록 빽빽한 나무 덕분에 빛의 양이 줄어드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분명 맑고 햇빛 쨍쨍한 날이지만 길을 걷다보면 어쩐지 축축한 숲의 기운이 올라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공기는 정말 좋아서 숨 쉬는 내내 기분 좋은 나무 향기를 계속 맡을 수 있었다.
숲을 구성하는 나무 종류를 알 순 없었지만 흔히 보던 나무와는 달리 크기나 두께가 어마어마하고, 나물로 먹을 줄만 알았던 고사리가 나무처럼 커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상징이 왜 은빛 고사리가 되었는지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안내 책자에서 본 건데, 레드우드 숲은 실제 공룡 등이 뛰어노는 원시 자연을 필름에 담아야 할 때 영화 촬영지로도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사진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오가는 사람도 없는 길에서 빽빽한 나무 사이를 걷고 있자니 정말 공룡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이 무서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아마도 그런 순간을 영화에 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공룡을 떠올릴 만큼 낯선 숲이지만 뉴질랜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장소로 한번쯤 가볼 만한 곳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