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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Sep 30. 2015

혼자가 되는 법

'내일로' 기차여행을 가다. #1

여전히 푸르렀던 5년 전의 오늘, 나는 그를 만났고 행복한 캠퍼스 커플을 만끽했다. 내가 서른을 앞두고 그와 헤어진 날은 벚꽃이 화사하게 필 무렵. 뒤늦게서야 어학 공부를 한답시고 해외에 나갔던 나는 몇 날 며칠 그와 텍스쳐로 말싸움을 하고 난 뒤, 이별을 통보받았다.


현지 생활 적응이 더 간절했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5년째 만난 만남에 무뎌졌던 것이었을까? 혹은 그와의 이별을 부정했던 것이었을까? 나는 의외로 덤덤했다. 그리고 내 생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여행을 가고, 많은 친구 들을 사귀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 순간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는 내  마음속에서 점점 잊혀져 갔다.


생각해보면 나의 혼자 있던 시간은 많지 않았다. 항상 그와 함께였다. 의견 또한 공유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별 후, 처음에는 허전함이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때로는 기뻤지만, 때로는 슬프기도 했다. 한 번쯤은 홀로 여행도 가보고 싶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 홀로 맛있는 밥을 사먹거나 홀로 영화를 본 적도 없었다. 나는 항상 그의 곁에서 늘 의지를 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혼자서 해야할 것들이 많아졌다.


귀국한 뒤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하루는 많은 생각에 잠겨 밤을 꼬박 새워버렸다. 그러다 고민 끝에 '내일로' 기차표를 끊었다. 대학시절, 그토록 가고 싶었지만 늘 뒤로 미루었던 '내일로' 기차여행을 이제야 가본다. 만 28세까지 기차표 구매가 가능했고, 광복 70주년이라는  명목하에 할인도 받았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짐을 싸고 떠났다.


"어리석은 사람은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을 한다." 카트린 지타





그리고 첫째 날,

정말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5일짜리 기차표를 끊고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했다. 그러고 나서 기차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나는 9시 50분 서울역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갈 생각이었다. 내가 처음 기차를 타 본 것은 고등학교 1학년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갔을 때이다. 친구들과 마주 보고 앉아 신나게 수다를 떨며 갔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편안하게 앉아있다가 불편함이 느껴졌다. 내가 가지고 있던 기차표는 입석 또는 자유석으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그랬다. 몸을 일으켜 앞쪽에 카페가 있는 차량으로 향했다. 나보다 비교적 어려 보이는 친구들이 다수 모여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기 바닥에 앉아야 하는구나. 한켠에 자리를 잡고  두리번거렸다. 나처럼 혼자 다니는 여자는 없는  듯했다. 이대로 부산까지 가는 것이다.


11시. 천안이었던 것 같았다. 어느새 열차 안에는 사람이 꽤나 가득 찼다. 나는 아랑곳 않고 내 여행 일정을 급하게 짜고 있었다. 아주머니 두 분이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시끄럽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전까지 아주머니들의 엄청난 수다를 듣고, 김천에서 경산까지는 모바일 게임에 흥분한 어린 꼬마 아이들의 시끄러움을 감수해야 했다.


드디어 도착한 부산역.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드디어 부산역에 도착했다. 가방을 가볍게 싼다고 쌌지만 내 어깨는 천근만근이었다. 그렇게 부산역에서 30분간을 서성이다가 태종대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침도 점심도 걸렀지만 태종대에서 3시간 동안 걸을만한 체력은 나에게 충분히 있었다. 태종사를 지나 영도 등대를 거쳐 전망대까지 그저 울창한 나무들을 즐기며 하염없이 걸었다. 드넓은 남해 바다를 보니 속이 시원했다. 늦더위 기승에 땀이 비 오듯 와도 나는 즐거웠다.


암석이 비바람에 침식되어 낮아진 반반한 넓은 자리를 태종대라 부른다.
영도 등대에서 바라본 남해 모습.


그리고 남포동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시각은 6시 30분. 짐을 내려놓고 서둘러 나가 저녁을 맛있게 먹기로 했다. 내가 예약한 게스트하우스 룸의 인원은 6명. 게스트하우스는 일본에서 처음 이용해보았다. 그때는 1인 싱글룸이어서 마치 조용한 휴식처를 얻은 기분이었다. 홀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가격도 합리적이고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서 여행을 즐기는 나머지 다섯 명의 투어리스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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