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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Dec 18. 2015

혼자가 되는 법

'내일로' 기차여행을 가다. #2

카트린 지타의 '혼자 여행하는 이유'라는 책을 읽고 그녀를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녀도 이혼의 아픔을 잊고자 많은 도전을 했다. 물론 나의 이별은 그녀에 비해 크지는 않았지만 어떤 느낌일지는 경험상 예상 할 수는 있었다.


여행은 새로운 곳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지만, 실패 또한 겪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나는 2015년 한 해 동안만 3개국과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며 여행을 즐겼다. 모든 것들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포기도 해야 할 줄 알아야 한다. 여건이 되지 않으면 과감하게 잊어버리고 앞길을 가야 하는 대담함은 필수 사항이다.




여행 첫 날의 첫 끼를 드디어 먹는 순간이었다. 사실 혼자서 밥 먹는 것은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평소에는 배가 고플 땐 혼자서라도 식당을 찾아서 간다. 국밥을 먹고 국제 시장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블로그에서나 봤던 유명한 씨앗 호떡을 길에서 팔고 있어 하나 사먹으려 기나 긴 줄에 자리를 잡고 섰다. 여러 가지 견과류가 가득 들어있는 씨앗 호떡의 가격은 단돈 천 원.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가격 대비 정말 맛 좋은 호떡이었다. 그 밖에도 닭꼬치, 만두, 떡볶이, 튀김 등등 여러 길거리 음식이 많았다. 다 먹고 싶었지만 이기대에 가고 싶어서 시간을 체크해 보았다. 원래 부산은 야경이 예쁘다고 들어서 이기대에서 멋진 광안대교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버스 시간을 보려 휴대전화를 본 순간 이미 밤 10시. 서울은 밤 10시가 되어도 길이 훤하고 밝아서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접어둘 때가 많았는데, 부산은 아니었다. 모두가 문을 닫고 집에 가야하는 분위기였다.


국제 시장에서 먹은 씨앗 호떡.



숙소에 왔다. 네 개의 커다란 캐리어가 방 한가운데에 놓여져있었다. 드디어 내가 묵는 이 곳에 다른 투어리스트들이 온 것이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짐을 풀고 언제든지 이용 할 수 있는 옥상을 가서 바람을 쐬고 싶었다. 옥상은 사방이 건물로 둘러쌓여 있어서 조금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곳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직원분이 빨래를 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울에서 오신거에요?" 라는 물음에 나는 "네, 부산은 처음이라 많이 어색하네요. 오늘 다니면서 제가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웃음)" 맞는 말이었다. 부산에는 서울 못지않게 외국인 관광객도 많고 근로자들도 많았다. 그래서 내가 버스나 길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그들은 나를 도와주곤 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얼굴이 까무잡잡한 외국인 친구가 올라와서는 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터키에서 한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자 온 22살의 여대생. 한국어 실력이 아직 부족하여 영어로 간단하게 대화를 나눴다. "How did you get here?" 나의 물음에 그 아이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한국에서의 자신의 목표와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관해서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그런 의미로 물어본게 아니었지만 즐거워하는 그 아이의 모습에 이야기를 경청해주었다. 다시 물었다. 어떻게 서울에서 이 멀고 먼 부산까지 왔냐고. "아아! 비행기 타고!" 라며 귀엽게 대답해주었다. 터키에서 온 친구 둘과 중국에서 온 친구 그리고 그들과 함께 동행한 한국 친구. 이렇게 넷과 함께 방을 쓰게됐다.




서로가 먼저 씻는다고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고 너희가 그러는 동안 내가 씻고 오는건 어떨까? 라고 제안을 했다. 다들 끄덕이더니 다시 그들은 순번 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처음으로 한국에서 쓰는 게스트하우스. 이런 분위기가 참으로 재밌기도 했다.



부산 남포동에 위치한 팝콘 게스트 하우스.


깊은 새벽까지 하하호호 신나게 떠들고 놀았던 그들은 겨우 잠이 들었고 나는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결국 말똥말똥한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내일의 일정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일전부터 가고싶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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