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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꽁치 Nov 21. 2019

오래오래 따뜻하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줘서 고마워

  유치원이 있는 서관 건물에서 산책로를 따라 동관으로 이동하면 급식소가 나온다.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은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산책로를 따라 급식소로 향한다. 산책로에는 있는 여러 식물들은 친절하게도 향긋한 봄을, 푸르른 여름을, 풍성한 가을을 알려준다. 오늘도 우리 반 아이들은 산책로를 따라 떨어진 낙엽을 신나게 밟으며 급식소로 향하는 중이었다.


  급식소가 있는 동관에 다다를 때면, 2층에서는 초등학교 풍물패 형아들의 흥겨운 가락 소리가 들려오곤 하는데, 오늘따라 운동장이 고요한 터라 풍물패 소리가 창밖 넘어까지 또렷하게 들려왔다. 한창 낙엽을 밟으며 좋아라 하던 시영이가 "이게 무슨 소리지?"하고 함께 걸어오던 친구에게 묻는다. 앞서 걷던 여진이가 그 질문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아! 급식소에서 신나게 요리를 하고 계시나 봐"라고 덩달아 신이 난 표정으로 대답을 한다. 생각지도 못한 여진이의 말에 나도, 친구들도 웃음이 터졌다. 아마 우리 반 친구들은 여진이가 정답을 찾은 것이 대단해 보여 웃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처럼 너무도 순수한 대답들을 들을 때면 마음 한 켠이 따뜻한 햇살로 물드는 기분이다.

  

  왜인지 올해 만난 우리 반 아이들과 나눈 대화들이 오래도록 기억될 거 같다. 오래도록,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예쁘게 커갔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나누어준 순수한 마음들이 내 안에서도 오래오래 따뜻하게 남아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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