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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Y Jul 29. 2021

Ep01. Love Me or Hate Me

어느 여름날 상반된 감정의 와인과 관계에 대하여


날이 막 더워지기 시작한 작년 여름이었다.

전 날 엄청난 다툼이 있었고

예약된 식당을 취소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극적으로 상대와 화해한 후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의 관계는 복잡했다. 오래 만났고

세 번 헤어졌고, 세 번 다시 만났다.

그는 내가 아주 밉기도 아주 좋기도 하다고 했다.

세 번째 만남을 시작하며 이제는 싸울 일이 없겠지

생각했지만 그 후 일 년간 가장 아프게 가장 빈번하게 싸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도착한 식당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

우리 둘만 Bar 끝에 어색하게 앉았다.

착잡한 마음을 숨기고 열심히 음식과 와인을 골랐다.

차분하고 말씀이 없는 오너이자 셰프인 분은

조용히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셨고 와인 메뉴판을

보던 그가 고른 와인의 이름은

‘Love Me Hate Me’ 였다. 



일전에 마셔본 와인이었지만, 그날따라

와인의 타이틀은 유난히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그도 우리의 감정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랑하지만 미움이 함께하는 관계.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의 감정은

그날 서로가 느끼고 있는 Mixed feeling이었다.


게뷔르츠트라미너 품종의 오렌지 와인인

럽 미 해잇 미는 유명한 체코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인 밀란 네스타렉의 라인업이다.

첫인상에서 느껴지는 숙성된 진한 앰버(호박)

컬러와는 달리 맛은 파인애플, 리치류의 트로피컬 한 새콤한 맛이 느껴지는 복합적 매력을 가졌다.


좋아하는 와인을 마실 때는 품종, 뉘앙스 모든 것들을 분석하며 마시지만 어떤 날은 그저 그 분위기와

함께 마시는 사람에게 집중하느라

‘좋았어’ 즐거워’로 기억되는 날들도 있다.


그리고, 이 날의 와인은 서로의 날 선 감정을

분석하느라 와인 맛은 아주 1차원적인 단상만

남겼다.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감정처럼

좋아하는 뉘앙스도, 그리 반기지 않는 뉘앙스도

상반된 요소들이 함께 공존하는 맛.


시간이 흐르고 2021년 여름이 왔다.

지난 한 해 불같이 뜨겁게 다투어서 인지,

이제 우리의 관계는 어느 정도 안정적이다.

뜨거운 한낮과 서늘한 밤이 공존해야 좋은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뜨거웠던 다툼의 날과 안정된 지금이 균형을 이루어

성숙하고 아름다운 관계가 완성되었으면 한다.

그때는 이 와인의 타이틀을 보아도 더 이상 마음

아프지 않길 바라며.


Wine Maker: Milan Nestarec

Title: Love Me Hate Me

Grape: Gewurtztraminer


▼ 함께한 음식들

합정의 와인바로 불을 쓰지 않는 스몰 디쉬들이

주 메뉴이다. 차분한 분위기에 조용히 와인을 즐길 수 있으며 음식 맛도 꽤나 좋았다 :)


* 내추럴과 컨벤셔널이라는 분류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 과정의 차이를 아는 것은 필요하나 결과적으로 나에게 어떤 류의 와인이 맞는지를 아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추럴 와인 Boom이 일어난 후 약 2년 정도

그 분야를 모르는 것이 싫어서 수많은 내추럴 와인을 소화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없이 마셔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중에서 '난 어떤 스타일의 내추럴 와인을 좋아해!'라는 것은 알게 되었습니다. 방식과 과정에 좋고 나쁨이 있나요.

내 취향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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