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Y Jul 30. 2021

Ep02. 해는 뜨기 전이 가장 아름답지

'여명에서 여명으로' De l'Aube a l'Aube


나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문구는

'the best is yet to come' 이다.

내가 가진 경험, 능력, 의지, 타이밍

모든 게 맞물려서 더 활짝 피어날 때가 올 것이라고 스스로 굳게 믿고 있다.


그 시간을 위해 더 많이 보고 듣고 쓰고 배우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스스로를 단련하고자 한다.


늘 그런 마음이면 좋겠다마는 한 번씩 어쩔 때는

매우 자주 걱정의 골짜기에 빠지곤 한다.

‘진짜 될까?' '내가 잘못 생각한 건 아닐까?'

'내 판단은 옳았을까?' '큰소리쳤는데 잘 되지

않으면 어떡하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욱더 어두운 면만

바라보고 집중하게 만든다.


그럴 때는 화제를 전환하는 힘이 필요하다.

나의 솔루션은 밖으로 나가 혼자 산책을 하거나

와인을 마시며 잠깐의 딴짓 타임으로 꼬리에 꼬리를 잇는 걱정거리들을 잊는 편이다.


누군가와 함께 일 때는 이런저런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상대방의 생각을 들어보고

혼자일 때는 한 모금 한 모금 천천히 와인을

입속에서 굴리며 무엇이 진짜 문제이고

나의 걱정거리인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지금은 회사원으로 아침 시간을 사랑하지만,

2년간 프리랜서 겸 자유인으로 지냈을 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은 밤과 새벽의 시간이었다.

조용하고 평온하고 아무도 날 방해하지 않는

그 시간은 스스로 감상적 인간이 되기에

참 좋았다. 한낮에 듣는 음악과 밤과 새벽에 듣는

음악은 감성의 깊이가 달랐다.



알렉산더 쥬보의 De l'Aube a l'Aube은

레이블에서 풍겨오는 이미지 때문인지

와인을 마실 때의 분위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한 맛보다는 나에게 '밤'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와인이다.

흑백의 레이블, 서체의 이미지, 혼탁함 없이

맑은 텍스처

가을이나 봄밤에 완벽하게 어울릴 것만 같은

서늘함과 청아함을 가진 와인


아주 좋은 부르고뉴 피노누아의 섬세함과 향,

복합적 느낌을 가지진 않았지만

이 와인이 가진 '상' , 밤의 이미지 때문에

나는 이 와인을 참 좋아한다.


처음 마실 때는 몰랐던 타이틀의 의미도 와인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De l'Aube a l'Aube, 여명에서 여명으로


이 와인을 마실 때는 위로받는 느낌이 있다.

새벽녘 해가 뜨기 전 차분한 여명의 시간처럼

살짝 가라앉지만 평온하고 차분해지는 시간

어떤 문제들도 침착하게 곱씹어 볼 수 있는 시간.

그러면서도 새침하거나

차갑거나 냉정하지는 않은.


인생의 정점의 순간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살고 싶지는 않다. 해가 뜨기 전의 여명이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니까

Best가 되기 위한 모든 과정들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돌아오는 가을밤 또다시 De l'Aube a l'Aube

위로받는 밤을 맞이하길 바라며



Winery: Alexandre Jouveaux

Title: De l'Aube a l'Aube

Grape: Pinot Noir


*playlist 추천

저에게는 밤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차분하고 서늘한 사람이었어요. 좋아하는

분이었는데 요즘은 볼 수가 없네요.

그분이 추천해준 음악이 왠지 이 와인과

매우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매우 초조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어요

‘이렇게 쭉 아무 변화가 없으면 어떡하지’

‘내가 생각하는 그날이 안 오면 어떡해야 할까’

‘난 결국 그렇고 그런 사람인 건가..’

그때 만났던 이 칼럼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과정이 괴로운 어떤 분들에게 이 글이 그 과정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중략)

이미는 우리를 허무하게 하고

아직은 우리를 즐겁게 만든다.


진정한 행복은 기다리는 동안 우리를 찾아온다.

기다림의 반대편에는 안절부절못하는

조바심이 있다.


산만함은 행복의 적이다.

행복은 좋음에 마음을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고

시간을 잊고 하나에 몰입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기웃대는 마음은

행복을 모른다.


설탕 조각이 녹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마음은

두근두근한 내 인생을 불쾌하고 혐오스러운

삶으로 타락시킨다. 마음대로 되는 인생은 없다.


바라는 일 대부분은 이루어지지 않거나,

설령 이루어지더라도 곧바로 식상해져 아주

짧은 시간에만 우리에게 행복감을 준다.


달콤한 설탕물을 맛보는 짤막한 순간이 행복이

아니라 설탕이 녹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행복이다.

행복은 천천히 누리는 것이지 미리 성취할 수 없다.

행복을 앞당기려는 조급함은 인생을 파괴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Ep01. Love Me or Hate M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