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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아 Oct 26. 2015

당신은 금을 갖고 있습니까?

29살, 누가누가 잘하나

#29살 시리즈1_ Something special for NOW!



1987년생, 토끼띠, 29살, 7차 교육과정 두번째 세대, 06학번 혹은 07 그 이상의 학번, 90년대 음악을 듣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모두를 경험한 디지로그 세대. 


#집_J

보증금 3000에 월세 30, 그래도 본인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먹고 싶은것도 시간 할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사먹거나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친구들도 자유롭게 초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랑하지만 하루하루를 옥죄던 가족들과 아주 가끔 만날 수 있다. 퇴근 길 심부름도, 잔소리도 매일 부딪히는 작은 다툼도 피할 수 있다. 오히려 서로를 그리워 할 수 있다. 제일 좋은 것은 연애가 자유로워 진다는 것. 제일 불편한 것은 매달 지출해야하는 고정비가 크다는 것. 아주 작은 부분까지 내가 신경써야 하고 다 나의 지출이라는 것. 



#여행_Y

한국발 런던행 150만원짜리 직항 한국국적기, 꽤 괜찮은 숙소와 안전한 여행루트로 첫 유럽여행을 준비했다. 동행없이 떠나는 첫 혼자여행은 두렵기도 하지만 다녀와서는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인연을 만나면 더욱 더 좋을 것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것을 봤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자에게 파리, 런던은 로망 그 이상의 것이다. 계획하고, 직접 루트를 짜고. 여행을 생각하며 여행경비를 모으고 수천번도 넘게 검색창에 '런던, 파리, 야경, 여자혼자 여행하기, 동행, 스냅사진'등의 키워드를 작성하면서 얼마나 설레고 또 고민했을까. 제일 좋은 것은 떠난다는 것. 제일 걱정되지만 좋은 점은 혼자 떠난 다는 것. 



#창업_K

초기 자본금 50만원, 간절기 옷을 헐값에 구매할 기회가 생겨 우연한 기회로 온라인 쇼핑몰 창업에 나섰다. 초기 자본금은 작지만 금쪽같은 돈이기에 이 사업에 최선을 다한다. 홈페이지 만들기 부터 사진촬영, 운영, 홍보까지 모두 내 손으로 한다. 아직은 하...나도 안팔렸지만 곧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을 옷이기에 하루하루가 쫄린다. 추워지면 못 판다. 아직은 이 사업을 계속 유지해야 하나, 이쯤에서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다. 그래도 가장 잘 한것은 오너쉽을 가지고 나만의 사업을 시작해 봤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배우고 이룩한 수 많은 것들. 지금도 해결되지 않는 것은 '왜 아무도 사지 않느냐?'는 소비자에 대한 이해. 마케팅.......



#안정적인 직장인_H

첫 연봉 2,000만원, 다 그런지 알았는데 나만 그런거 였다. 연봉이 너무 적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조건, 우연히 닿은 기회였고 다른걸 크게 바라지 않은지라 착실히 일했다. 그지 같은 상사와 더 그지 같은 회사였지만 1년은 채웠다. 퇴직금을 받았고 더 좋은 회사로 이직했다. 지금 회사는 나쁠 것이 없다. 연봉, 사람, 일, 근무 조건 등 별 다른 불만 포인트는 없다. 가능하다면 이대로 10년도 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제일 좋은 점은 평일엔 회사와 운동, 주말엔 친구들을 만나고 가끔 여행을 떠나는 일상이 아주 만족스럽다는 점. 그리고 불만은 곧 생기겠지만 지금은 좋다. 



#1년차 개인 사업자_S

1년은 나름 평범한 회사원으로 일했고, 우연한 기회에 동업을 하게 되어 1년 넘게 개인사업과 국가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새로운 사업을 하게 되는 것은 설렜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은 더욱 좋았으며 직장생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원치않는 만남과 진상 손님들은 짜증 났지만 매번 웃으며 일했고, 언제 손을 땔지 모르지만 제법 만족하며 살고 있다. 가장 좋은 점은 독립과 사업을 동시에 할 수 있었다는 점, 나쁜 점은 남들이 보기엔 매일이 여행인 삶이지만 나에겐 밥벌이이고 생활이라는 점.



#백수_KJA

현재 지갑에 있는 돈은 3,000원 남짓, 그래도 아직 한도 남아있는 신용카드도 있고, 만기가 되기 전에 깨야 겠지만 아주 작은 적금도 있고, 스타벅스 카드에 잔고도 충전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날숨을 쉴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어릴 때부터 뭐하나 평탄치 않다고 생각했다. 대입이나 첫 입사, 첫 연애와 첫 이별까지 뭐 하나 쉽게 풀리는 일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드림잡이었다. 가고 싶은 회사에 겨우겨우 입사했다. 입사까지의 과정도 심난하다. 그렇게 입사를 했는데, 누구하나 이 회사에 만족하지 않았다. 나도 그런가? 싶었다. 나쁜 점만 보였다. 2년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일 했고 애정을 가졌지만, '그만 두겠다'라는 말은 생각보다 쉽게 나왔고 받아들이는 이들도 '니가 그렇지 뭐' 하며 쿨하게 보내줬다. 억울한 포인트는 많지만, 내 선택이었고 내 업보다. 참을성을 키워야 겠다는 교훈을 얻은 회사였다.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여행도 갔다. 그리고 이제 하고 싶은게 없어졌다. 너무너무 심심해서 옛남자친구를 스토킹(온라인으로)하기도 했다. 매일 매일 '뭐하나' 싶지만 대안은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없다. 

--> 이 캐릭터는 내 이야기다. 그래서 길다. 그래서 감정이입이 되어 가장 찌질하게 기술했지만, 앞의 캐릭터들이 나만큼의 고민이나 찌질한 포인트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은 못한다. 독립도 하고 싶고, 유럽여행도 가고 싶다. 게스트 하우스 사업도 탐나고 나도 평범하게 회사나 다닐 걸...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 것들이 내가 진짜 하고 싶은것 인지는 모르겠다. 어학연수도,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하는 것도, 포토샵이며 일러스트레이터 엑셀과 같은 툴을 잘 운용하는 것도, SNS로 사람을 끌어 모으고 무언가를 많이 파는 것도, 있어 보이게 포장하는 것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29살에 무언가를 하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건 너무 큰 욕심인건가? 오늘 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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