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산문 & 에세이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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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거리는 지하철 안이 쩌렁쩌렁하다. 휘황찬란한 옷을 입은 중년 여인이 불특정 다수의 청중을 앞에 두고 포교 활동에 여념이 없으시다. 그녀는 그 이색적인 강의에 이골이 난듯 꽤나 비장한 얼굴로 신의 말씀을 전달하는 중이었다.
애당초 천국이니 지옥이니 하는 것들에는 전혀 뜻이 없었던 까닭에 나는 귓등으로 흘려듣고 말았다. 그러나 곰곰 생각을 해보니 천국이 꼭 가야 할 곳인가 싶다. 얼마나 대단한 곳이길래 그녀는 침을 튀기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던 것일까.
천국에 간다고 한들 이미 앞서갔던 분들이 좋은 곳은 점유했을 테고, 마냥 좋았던 사람들만 있었던 건 아니니 나로서는 썩 달갑지만은 않은 곳이겠다. 한편으로는 죽음으로 생이 끝나는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 낸다.
-칼 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