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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번출구 May 18. 2022

무용해지는 것들

수필 & 산문 & 에세이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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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로 사용하는 책상은 오래되고 낡아 볼품이 없다. 한눈에 보아도 누가 이런 책상 위에서 책을 펼칠까 싶을 정도다. 청소한답시고 책상 위를 말끔히 치우면 찍히고 상처 난 흔적들 투성이다.


낡고 헤진 것들은 그때그때 새걸로 바꿔가면서 사용을 하는데, 이 녀석만큼은 어쩐지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글쎄 뭐랄까.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재질, 엉성한 이음새 같은 모난 것들이 나를 닮아 측은함을 안겨준다고 한다면 이유가 되려나.


오늘 낮에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데 삐걱삐걱 쇳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나는 것일까. 온 신경을 귀에 집중 시켜 소리 나는 곳을 찾아보니, 책상을 떠받드는 다리 네 곳 중 한 곳이 뼈가 탈골이 된 듯 힘 없이 덜렁 거리고 있었다. 이러면 곤란한데...  푸념을 늘어놓으며 다친 곳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이건 뭐 손쓸 방법도 없이 회생 불가능이다.


끝끝내 우리의 일부가 되지 못한 채 필요의 바깥으로 밀려나 무용해지는 것들이 많다. 피안의 저쪽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일까. 짧은 순간 만개했다 지는 꽃처럼 덧없고 덧없어 아름다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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