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년이 넘도록이 자리를 지켜온 레스토랑 앞에서 제대로 사진을 찍어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워싱턴스퀘어파크에서 200미터. 그리니치 빌리지의 중심에 위치한 밥보는 옛 건물을 개조해서 가게를 차렸다.
낮에도 불을 켜놓은 입구로 들어가면, 초가 밝혀져 있을만큼 내부는 꽤 어둡다.
유명하되, 유난스럽지는 않은 이탈리안 리스토란테.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러 찾아오는 동네 단골이 많은 뉴욕맛집이다.
식전 워밍업을 해줄 아페리티보로 병아리콩 브루스케타가 나왔고,
안티파스토로 밥보의 시그니처인 문어요리를 주문했고,
큰 새우(감베로니)와 카르파쵸까지 - 이날은 트러플이 들어왔다는 메일을 받고 홀리듯 간 것이었는데, 아낌없이 가득 덮어줘서 아주 고마웠다. 이 글을 쓰느라 뒤늦게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카르파쵸에 뿌려준 트러플은 서비스였던 것.
그라나파다노 치즈만 사용해 요리한 면 위에 트러플이 한가득 덮여 나온 파스타 한 접시의 가격은 $75이었는데, 그릇을 테이블로 가져오는 순간 공간을 가득 채운 향에 취해 어지러움을 느꼈을 정도로, 스페셜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마땅한 파스타였다.
역시 트러플은 심플하게 먹는 것이 최선.
원래 밥보의 또다른 시그니처 메뉴는 블랙 파스타지만, 이날은 클램 링귀니로 주문했다.
ⓒKelly Campbell/Babbo
클램 링귀니는 와인과 함께 먹어야 어울리는 메뉴다.
이탈리아어로 '아버지'라는 뜻을 가진 밥뽀의 풀 네임은 '리스토란테 밥뽀 에노테카' - 즉, 레스토랑 겸, 와인을 함께 즐겨야 마땅한 곳이기에- 뉴욕의 여느 맛집들이 그렇듯, 간은 센 편이다. 주문할 때 참고하자.
- END NOTE -
밥보는 오픈 직후에 뉴욕타임즈의 저명한 음식평론가 루스 라이셜로부터 별 3개를 받았고, 그 후로도 연속해서 미슐랭 원스타에 랭크되며 명성을 쌓은 뉴욕맛집이다. 지난 한 해, 큰 변화를 겪었으나 2019년에도 미슐랭 1스타를 유지했다. 현재의 헤드셰프는 로버트 츠위츠. 2009년~2015년 밥보의 수셰프까지 올라갔다가, 2015년~2018년에 루파의 Executive Chef로 일했고- 다시 밥보로 돌아와 지휘를 맡았다. 정확하게 그가 루파를 맡았을 당시의 맛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밥보의 스태프들에게는 참 다행스런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쟁이 치열한 뉴욕맛집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건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