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네바다, 워싱턴과 오리건주를 샅샅이 누빈 올여름 서부 여행은 그야말로 강행군의 연속이었습니다. 인터넷은 커녕 전화조차 터지지 않는 산길을 여행책과 구글 오프라인 맵에 의존하여 돌아다니는 대탐험!
미국서부 책을 쓴 작가가 자기 책의 도움을 받아가며 여행을 한다는 것도 나름 낭만적이었지만, 동시에 독자분들께 더 쉽고, 더 멋진 여행을 소개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미국 서부 여행 중 만난 최고의 명장면 - 대자연편을 소개합니다.
대자연이 선사하는 감동
실제로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곳. 신의 정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완벽한 자연 환경! 바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입니다.
요세미티의 시그니처 - 터널뷰
Yosemite National Park - California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화강암 바위 앞으로 사슴떼가 풀을 뜯는 초원이 펼쳐지고,
그 초원의 끝에는 시원한 폭포가 흐르는 무릉도원.
첩첩이 겹쳐진 절벽 사이로 새어들어와 협곡 구석구석을 비추는 새벽빛은 끝없는 사진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요세미티의 아름다운 풍경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는 겨우내 내린 눈이 폭포수로 흘러내리는 5월 말인데요, 지난겨울 역대 최고 수준의 적설량을 기록한 덕분에 유난히 풍성했던 올해의 브라이덜 베일 폭포가 준 감동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네요.
요세미티와는 180도 다른 매력을 소유한 곳은 바로,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입니다.
Death Valley National Park - California/Nevada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국립공원이라 자주 찾는 곳, 이번 데스밸리 여행에서는 색다른 풍경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지평선 위로 휘몰아치는 비바람이었죠!
진입 초반에는 완벽한 사막 날씨를 보여주던 데스밸리였지만, 중간부터 날씨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저 멀리서 땅으로 내려꽂히는 번개와 천둥소리, 중력을 거슬러 솟구쳐 오르던 흙먼지와 빛의 입자를 목격했던 순간의 전율.
이렇듯 데스밸리에서는 언제나 자연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고,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을 심연을 마주하고 가까스로 살아돌아온 기분...
그렇게 CA-190번 도로를 따라 데스밸리를 관통하면, 네바다주에서 캘리포니아주로 넘어오게 됩니다.
곧바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여기서 첫 번째로 들린 곳은 세쿼이아-킹스 국립공원이었습니다.
Sequoia & Kings National Park - California
세상에서 가장 부피가 큰 나무- 엄청난 몸통이 인상적인 자이언트 세쿼이아 나무가 자생하는 장소입니다.
쓰러진 거목 밑동을 터널처럼 잘라낸 터널 로그(Tunnel Log) 앞에서 마침 모터사이클로 미국 여행 중인 3명의 독일 라이더들을 만나 사진을 찍어드리기도 했는데, 인생 사진이라며 정말 기뻐해 주었어요.
끝없는 세쿼이아 숲의 향연을 만끽한 뒤-
499m의 험준한 절벽, 북미에서 가장 깊은 협곡지대에 만들어진 킹스캐니언 산간 도로로 진입합니다.
놀랍게도 그 길의 끝에 잔잔하고 평화로운 초원, 줌월트 메도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름처럼 포효하듯 굉음을 내는 폭포 - Roaring River Falls의 수량도 올해는 특별했습니다. 카메라가 젖을까 봐 겨우 사진을 찍었네요.
세쿼이아 국립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름다운 숲
Redwood National Park - 캘리포니아
흔히 자이언트 세쿼이아를 가장 큰 나무로 생각할 수 있는데, 높이 자체로만 보면 레드우드가 더 높게 자란다고 합니다. 특히 나무가 성장하기에 알맞은 조건을 갖춘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에는 평균 높이 91m를 훌쩍 넘겨 자라는 수령 400~800년의 레드우드 수목이 대규모 군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레드우드 국립공원에서 기적처럼 맞닥뜨린,
아침 안개를 가르는 환상적인 햇살
붉은색 몸통과 결이 인상적인 레드우드는 나이를 먹을수록 회색으로 변해가는데요, 저는 이번에 힘든 트레킹 끝에 젊은 나무들이 자생하는 -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레드우드가 서식한다는 지역까지 다녀왔습니다. 하루 입장인원을 통제하는 지역이라 새벽부터 허둥지둥 서둘렀던 그 날의 아침 풍경이 생생합니다.
Olympic National Park - 워싱턴주
시애틀 근교의 올림픽 반도에 위치한 올림픽 국립공원의 첫 번째 구역, 허리케인 리지에서는 올림픽 산맥이 전망포인트 전체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연산이 빚어내는 장관을 사진 한 컷으로 담아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습니다.
미국 서부 해안을 잇는 도로- US 101번의 시작점이기도 한 올림픽 반도를 반 바퀴 돌아 남쪽으로 내려가면,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숲,
HOH Rain Forest로 진입하게 됩니다.
촉촉하게 젖은 길 위로 온통 초록초록한 세상.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신비로운 원시림은 영화 트와일라잇 촬영지로도 유명합니다. 미국의 끝에 있어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곳이지만, 그만큼 인상적인 곳이에요!
그 외에..
바다가 아닌 호수 레이크 타호
고산지대에서 만난 모래사장(Beach라고 표기합니다)
호수 속의 작은 호수, 에메랄드 베이
감동적인 오리건주 캐논비치의 석양까지..
힘들고 고된 여정이었지만
미국 서부의 대자연을 만끽한 여행이었다고 자부합니다.
글•사진
여행작가 <미국서부100배즐기기>저자 제이민
알림⭐️제 다섯번째 책이자 두번째 미국서부여행책 <디스이즈 미국서부>가 23년 6월 출간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업데이트된 정보와 핫플은 책을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