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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민 Aug 28. 2023

데스밸리 사막의 모래폭풍

캘리포니아 루트 190 - 데스밸리 국립공원 여행기 (2)

광활해서 두렵고
막막해서 아름다운
데스밸리 국립공원 

데스밸리의 동쪽 입구로 진입하여 캘리포니아 190번 도로를 따라 약 170km를 가로지르면, 반대편 입구에 해당하는 올란차 마을에 당도할 수 있다. 사실상 가장 빠른 길을 따라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셈이며, 국립공원에서 유일하게 안전한 도로라고 할 수 있다. 

퍼니스 크릭을 벗어나자마자 갑자기 날씨가 바뀌어 버렸다. 예사롭지 않은 바람이 불어온다 싶더니, 아주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위로 천둥번개가 내리 꽂히고, 비구름까지 몰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데스밸리를 여러 번 방문했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도로와 황야 위로 흩날리는 흙먼지는 사막지대인 메스키트 샌드듄에서부터 퍼져 나온 것이 분명했다. 이런 날씨이다 보니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메스키트 샌드듄이란? 

퍼니스 크리크에서 북쪽으로 운전해 올라가다 보면 수십 미터 높이로 솟아오른 사구가 나타난다. 붉게 물드는 석양을 감상하는 명소로,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사막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스토브파이프 웰스 리조트와 가깝고, 다른 사구 지역인 유레카 듄, 샌드 듄에 비해 접근성도 좋은 편. 하지만 모래 언덕을 계속 넘어가다 보면 생각보다 먼 거리까지 가게 되니 뒤를 돌아보며 걸어야 한다. 

평상시였다면 고사목이 서있는 입구를 지나 기분 좋게 따끈한 모래밭에 발을 디디고, 언덕을 하나 넘어 다음 언덕으로, 또 그다음으로 넘어가, 사막에서 웃고 구르는 사람들을 지켜봤을 텐데. 그러나 창문조차 열 수 없을 만큼 모래먼지가 자욱한 지금은 그냥 지나칠 수밖에. 



파나민트 스프링스를 넘어 시에라 네바다로


날씨가 하도 변덕스럽다보니 "길을 통과하는 데는 문제없을 것"이라던 국립공원 레인저들의 단언에 의구심이 약간 들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해발 1511m의 타운 패스를 넘고 나니 날씨는 거짓말처럼 반전되어 있었다. 

앞에 놓인 일직선의 도로는 해수면 아래의 저지대를 지나, 건너편의 파나민트 스프링스로 우리를 데려다줄 것이다. 바람의 신이 현신한 것처럼 보이는 웅장한 구름의 배웅을 받으며 데스 밸리를 통과하고 났더니 전신주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이것만으로도 문명 세계에 한결 가까워진 기분!

드디어 캘리포니아 190번 도로가 끝났다. 길 앞을 가로막고 선 웅장한 산맥은 캘리포니아의 등줄기를 이루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다. 저 산 너머에 자리한 깊은 숲속. 다음 목적지를 향해 로드트립은 계속된다.


2023년 8월 말 현재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현재 전면 폐쇄 상태입니다. 8월 19일에 발생한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주요 도로(SR190) 및 지반이 파괴되었기 때문입니다. 비가 내리지 않는 지역이며 워낙 저지대라서, 약간의 강수량으로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매우 넓어서, 한 곳에 천재지변이 발생한다 해도 전체가 다 폐쇄되는 일은 상당히 드문데, 데스밸리가 이렇게 일주일째 폐쇄된 걸 보니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미국 서부 국립공원을 여행할 때는 관련 정보를 충실히 수집하고, 국내여행을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미서부 주요 국립공원 10곳 현황 정리글은 다음 링크에서 체크하기

https://blog.naver.com/nydelphie/223191298067

미국 서부 여행책이 필요하다면 제가 쓴 <디스이즈 미국서부>도 같이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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