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누구에게나 쉽지만은 않은 주제이다. 나에게도 그렇다. 아직까지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부분이다.
친구 관계도 그렇지만 사회생활에서도 그렇다. 직장 생활에서의 경험이 아직 그리 오래된 건 아니지만, 지금보다도 더 뭘 몰랐을 땐 사람을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대하려 하고, 처음 본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시간도 거치지 않은 채 나의 천진하고 친절한 모습(그러니까, 무방비한 모습)을 노출해 매우 큰 낭패를 본 경험이 있었다. 그 뒤 큰 충격을 받고 '아, 도덕책에서 나오는 말과 다르게, 사람을 가려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 적이 있었다.
사회에서도 그렇지만,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0년 혹은 그전부터 알았던 오래된 관계라 하더라도, 서로 다른 경험을 거치면서 지금의 우리는 그때의 우리와는 달라진 것들이 많은 게 슬프지만 팩트이다. 그때 그 시절엔 그렇게 좋고 재밌었는데, 지금 만나면 '아... 안 맞는다', '불편하다', '얘가 나한테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다.
나의 경우 그 불편함이 더 큰 이유가, 웬만하면 상대방에게 맞춰주려고 하는 타입이기 때문이어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막 억지로 하는 건 아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 주고, 상대방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기쁘다. 그런데 그 심리 이면에는 '나도 그렇게 받고 싶다'라는 마음이 깔려있다. 근데 실제로, 내가 해주는 걸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하게 받는 사람들도 있더라. 난 힘들게 주기만 하고 받고 싶은 걸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관계들을 작년부터 정리해 가기 시작했다.
대놓고 끊어내기 힘든 경우에는 대신 힘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목부터 센세이셔널하게 느껴졌단 책 《아무리 잘해줘도 당신 곁에 남지 않는다》는 극 T인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인데, 극 F인 나로서는 정말 놀라운 관점들이 많았다. 극 T 의사 선생님이 이야기해 주는 것들은 인간관계에서 매우 유용한 방법들로 느껴졌다.
'좀 더 T처럼 행동하면... 꿀이겠는데?'라는 생각을 했다(그리고 실제로, 직장에서 잠시 T로 보이기 성공했었다). 저자는 한 챕터에서 '상대방이 나에게 보내는 감정만큼만 대해라'라고 이야기하며, '상대방과 감정 균형을 맞추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발랄하고 친절하게 대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는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만큼의 감정으로만 대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낮추는 방법을 택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관계의 갈등을 피하지 말고 부딪칩시다. 그것이 바로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공격과 상처로부터 나 스스로를 미리 방어하고 건강하게 지켜나가는 일 또한 성숙한 사람이 갖춰야 할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쉽지만은 않지만 차근차근, 연습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