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극P러 Nov 29. 2024

연주회 2주 전 가질 마음가짐

부담이 언제나 가장 큰 적이다

  어느새 학원 연주회가 2주 후로 다가왔다. 거의 20년 전 초등학생 때 했던 연주회 이후로, 처음 진행하는 피아노 연주회이다. 나는 뒷심이 부족한 편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위기를 만났다. 잘해오다가 갑자기 슬럼프에 빠져버린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부담감이다. 연주를 잘 해내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또 앞으로 나아져야 할 부분이 많은데, 과연 2주 동안 해서 더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까지.


  사실 지난주 레슨 때 실력으로 정점을 찍었다. 연주가 너무 잘 되는 거다. SNS에 올리니 전공생인 줄 알았다는 평을 여럿 받았다. 그러고 나서 걱정이 시작 됐다. 연주가 너무 잘 됐던 그날, SNS에 올린 그 영상이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거기서 더 나아져야만 한다는 강박. 그리고 최소한 그만큼은 해내야 하는데... 실전에서 그보다 못하면 억울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들.


  연습이 가기 싫어졌다. 또 연주가 두려워졌다. 부담이 생겼다. 잘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았고, 잘 돼도 본전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어느새 또 음악을 순수한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빛내줄 수단으로 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마음의 불순물들을 음악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그에 대한 복수를 했다. 연습이 더 이상 즐겁지 않았고, 그래서 연습을 거의 가지 않았다. 그 결과, 이번주 받은 레슨에서 오랜만에 또 긴장을 했다. 최악이었다. 손이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너무 익숙했던 곡이었는데, 그때는 모든 순간의 음들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민망한 연주를 가까스로 끝내고, 선생님께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실 부담이 돼요..! 그래서 연습을 하기가 싫어졌었어요. 그래서 많이 안 했구요."


    "왜요??" 선생님은 놀란 듯이 되물었다.


  '왜요?'라고? 역시 내가 너무 지나치게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건가?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 위로해 주듯이, 연주회 땐 원래 완벽하기 어렵다고, 다들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연습량도 들쑥날쑥할 거고, 또 다들 긴장도 하기 때문에 온갖 돌발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며 여러 에피소드들을 말해 주셨다.


  연주 중 멈칫하고, "다시 해도 될까요?"라고 물었던 연주자, 외웠던 게 기억이 나질 않아 당황했던 연주자 등등...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웃으면서, 나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내가 또 너무 심각하게, 무겁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다 그런 거죠? 선생님 저, 그냥 2주 동안 매일 연습하는 것만 목표로 할게요! 더 부담 안 가질게요?! ㅠ"


  "그럼요. 매일 30분이라도 와서 연습하는 걸로 해요. 그럼 훨씬 나을 거예요~"

  "그리고 2주가 짧은 시간은 아니에요. 저도 지금 연습하고 있는 곡 2주 전엔 '에이 이 템포로 어떻게 연주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 템포 넘어섰거든요~"


"진짜요?!?!"


"네. 그리고 그동안 실력 정말 많이 늘었잖아요~ 할 수 있어요!"


  역시..!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 고민을 털어놓길 잘했어! 기분이 나아짐과 동시에 '난 왜 맨날 매사에 부담을 크게 느낄까, 모든 일을 크게 생각할까 ㅠ'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ㅠ(이거 어떻게 고쳐야 하지? 고쳐지긴 하는 건가? 솔직히 힘들다 ㅠㅜ)



  이제 2주 동안 심플하게 두 가지 원칙만 가져가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는, 매일 연습하기. 그리고 두 번째는, 기준을 정해두지 말고 그 순간 내가 만드는 음악을 온전히 느끼기.


  그것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