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 '지적자본론'을 재밌게 읽었는데, 아후 도서관에서 우연하게 동 저자의 책 '라이프스타일을 팔다'을 발견하여 단숨에 읽었다.
이 책의 부제는 '문화욕구를 만족시키는 21세기 유통이야기'이다.
요즘 나는 원래 관심사였던 전자상거래 산업에서 그 영역을 더 넓혀 유통 그 자체에 대해 더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마스다 무네아키의 책에서는 유통에 대한 통찰력을 배울 수 있었다. 책 내용을 정리하기 전에, 내가 전자상거래에서 유통으로 관심사를 넓힌 이유를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전자상거래라는 말은 매우 빨리 사라질 것이다. 내년부터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지 않을 것이다.” - 마윈 -
마윈의 생각처럼 이미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의 경계는 아주 희미해졌고 앞으로는 완벽하게 사라질 것이다. 전자(온라인)라는 요소는 상거래에 당연해졌는데 이제 굳이 이를 구분지어 따로 말할 필요가 없다. 대신에 '옴니채널'이 '신유통(신소매)'이다.
마윈의 알리바바는 백화점, 슈퍼마켓, 편의점 등의 오프라인 유통업에 손을 뻗치고 있다. 알리바바의 경쟁업체인 징둥도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유통업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 기존의 백화점, 명품매장, 음식점, 슈퍼, 패션 등의 순수 오프라인 매장들은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오프라인 유통업이나 온라인 유통업 모두 이 극심한 경쟁속 변화를 받아들이고 앞서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형태는 가능하다면 '온라인+오프라인+물류'일 것이다. 하지만, 형태나 크기만을 남들과 비슷하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소비자가 무엇을, 어떻게, 왜 사고자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있어야 한다.
다이칸야마 T-site 건물의 외관, T자 무늬의 무한한 연속
마스다 무네아키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이라는 회사의 CEO이다. 이 회사의 사업은 '기획을 파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획 중 하나가 잘 알려진 TSUTAYA 서점이다. 츠타야 서점은 단순히 책만을 파는 곳이 아니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레코드, 비디오, 서적' 이 세가지를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한 멀티 패키지 스토어(MPS)이다. 그 세가지는 본질적으로 '미디어'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없으며, 츠타야는 이것들을 소비자들에게 '라이프스타일'로 만들어 판매를 한다.
"음악과 영화와 서적은 모두 동일하다. 본질적으로 미디어라는 측면에서"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유통을 먹어 삼킬 것 같은 세상에도 여전히 츠타야 서점은 인기가 많고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말처럼 IT시대가 도래하고 스마트한 세상이 되어도 고객은 여전히 라이프스타일을 구매할 것이고 이를 위한 공간, 장소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지속하는 것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 비결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예전에는 고객이 매장을 찾아 내점하는 것을 전제로 두었다. 하지만 상품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전달이 가능해진 시대에는 그런 전제는 깨지고 기존의 방법은 유효하지 못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일부러 그 장소를 찾아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매력'을 갖추는 것이다.
도쿄의 떠오르는 동네였던 다이칸야마의 3600평 정도의 부지에 무네아키가 새로운 츠타야 서점을 기획해나가는 과정이 이 책의 주 내용이다. 다이칸야마 T-site 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의 3개의 츠타야 서점의 건축과 디자인은 그의 기획 의도를 알게 되면 더욱 더 매력적이다.
다이칸야마 T-Site 평면도
한 곳에 2층짜리 3개의 건물이 모두 츠타야 서점인 이곳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 사람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이고 붙잡을 수 있는가? 그가 책에서 강조했던 몇 가지가 더 있겠지만, 나는 무엇보다 '카페'라고 생각한다.
이 서점의 실내와 실외에는 곳곳에 편안한 카페들로 채워져 있다. 이미 2003년에 BOOK&CAFE라는 개념을 실현했던 그는 서적 플로어와 스타벅스 커피 전문점을 결합하여 콘텐츠(서적)의 무료화를 실현코자 했다. 그리고 커피 매출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서적 매출도 함께 올랐다.
카페란 무엇인가? 카페의 진정한 사업 아이템은 커피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대신에 카페나 츠타야를 찾는 고객은 '물건'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가능한 어떤 '행위'를 원하는 것이라고 그는 핵심을 짚었다. 카페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행위'를 제공하는 장소, 츠타야는 라이프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 '행위'를 제공하는 장소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는 카페의 본질은 '라이브(동시성)'임을 정확히 캐치하였다. 사람들은 카페에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맛보고 싶어서 찾아 온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언제나 변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인터넷으로 정보와 상품을 주고받는 데 시간은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언제나 원하는 정보와 상품을 찾고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재성(遍在性, Omni)은 온라인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온라인의 항상성과 편재성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동시성'이라는 삶의 본질적인 즐거움이 서서히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동시성' ,'라이브'가 오프라인의 매력이기에, 그는 T-Site 곳곳에 카페를 아주 많이 조성함으로써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음과 동시에, 사람들간에 서로 만나고 쉬면서 매력적인 시간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간에 멋진 시선이 교차될 수 있도록 만들면서 무한한 짝사랑이 교차되는 츠타야 서점과 그 안의 카페들을 조성하였다.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에 대한 정리는 여기까지로 하고 그가 이러한 기획을 하는 방법론에 대해 정리를 하고 독서노트를 마치려고 한다.
"기획을 세울 때는 철저히 심플하게 생각한다"
사업에는 '고객'과 '상품', 이 두가지 요소만 있고, 기획을 세울 때는 다음 세가지를 고려한다.
1.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인가?(고객)
2. 그 고객을 위해서 어떤 상품을 준비할 것인가? (콘텐츠)
3. 어떤 방법으로 그 고객과 상품을 서로 연결할 것인가? (소통)
또한 기획은 정보의 조합이다. 기획회사에서는 언제나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조합하는 일을 할 뿐이고, 그렇기에 회사도 정보가 움직이는 장소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