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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과의사 닥터몰라 Aug 12. 2020

의사는 환자를 보고 나는 나를 본다.

더 단단한 내가 되기

     

 작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치은염 및 치주질환이 가장 많은 환자 수와 급여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총 환자 수 1천673만 명,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총액 1조 5천321억 원) 감기보다도 흔하다는 것이다. 치주질환은 치아 주위 조직인 치은(잇몸), 치주인대, 치조골(잇몸뼈)에서 일어나는 염증 질환이다. 점점 염증에 의해 잇몸은 붓고, 뼈는 녹아 치아를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다.      


 얼마 전 치주과에서 치주판막술 환자를 보게 되었다. 3월에 처음 오셨으니 수술받기까지 5달이 꼬박 걸렸다. 환자분이 처음 오셨을 때가 생각난다. 치주질환은 풍치風齒라고도 불린다.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릴 것 같아서 그렇다더라. 환자분 치아가 딱 그랬다. 염증이 방치되어 치아 뿌리 끄트머리만 겨우 잇몸뼈가 잡고 있었다. 당연히 심하게 흔들릴 수밖에. 먼저 이런 치아들은 발치를 했다. 다음에 오셔서는 남아있는 치아들의 잇몸 위에 있는 치석을 제거하는 스케일링을, 그다음에는 잇몸 속에 있는 치석을 제거하는 치근활택술을 받으셨다. 피를 묽게 하는 약을 복용 중이신 터라 이 과정도 여러 번에 나누어 조금씩 진행했다.      


 매 단계마다 현재 잇몸상태를 꼼꼼히 평가하여 진행했다. 지난 치료 이후 상태가 좋아졌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단계의 치료가 필요할지. 그러고 나서야 잇몸을 절개하여 숨어있는 치석들을 제거하는 치주판막술이 시행되었다. 개개의 치료과정이 스팸 한 덩이가 아니라 줄줄이 소세지처럼 유기적이었다. 현재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해야 그다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치료 과정에서 주치의가 매 단계, 단계마다 정확히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여 다음 단계를 진행했듯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단련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나의 현재 상태를 인지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실수를 한 날은 쭈그러든 풍선이 되어 나 자신을 한없이 작게만 바라본다. 성취의 단 맛을 본 날은 콧대가 하늘을 바라본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달칵이는 내 감정의 메트로놈의 폭을 줄이고 가끔은 한 발 떨어져서 나를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나는 아직 나를 잘 모른다. 아직 ‘나 객관화’ 과정이 낯설지만, 그렇기에 왜 해야 할지 나름대로 고민해보았다. 객관화된 나는 장점과 단점이 보인다.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고치면 된다. 객관화된 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어느 단계까지 진행되었는지, 다음 단계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지 알게 해 준다. 덕분에 목표까지의 지름길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나와 친해지고 나를 더 사랑하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의사가 환자를 평가하여 치료를 진행하는 것과 가장 중요한 차이를 나타내는 부분이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지 않은 나라도 피하지 않고 바라봐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지금의 상태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를 인지하기 위한 질문은 수도 없이 많다. 하나씩 그 질문들과 답을 고민해봐야지. 더 단단한 나를 향한 성장은 인지에서부터 시작이니까. 생각해보면 소크라테스도 그랬다. ‘너 자신을 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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