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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 Jane May 10. 2020

작가님, 와주셔서 감사해요.

나의 첫 독립출판 도전기



나의 첫 독립출판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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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독립출판 도전기 





#01.


서른이 넘어서도 친척들과 다 함께 모인 명절이 되면 이모들에게 매번 듣는 나의 이야기가 있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내가 옆구리의 노트를 끼고 여성 작가가 되겠다며 어른들 앞에서 호언장담했던 이야기이다. 배를 앞으로 쭉 내밀고 고개를 높이 들며 의기양양하게 방안을 걸어 다녔던 맹랑한 소녀에 관한 이야기에 모두 배꼽을 잡는다. 


그렇게 의기양양하던 어린 예술가는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내 마음의 문 뒤로 숨어버렸다. 나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고 그녀가 없어진 내 인생은 가끔 멀리,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는 것을 제외하고는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남들과 비슷하게 취직하여 회사원이 되는 삶으로 달려갔다. 아주 좋은 회사였고 모두가 잘 되었다고 나를 칭찬했다. 몇 년이 지나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고 누가 보아도 평탄한 시간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행복하다는 감정 뒤에 울고 있는 어린 예술가가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 때면 감당할 수 없는 공허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02. 


그런 나에게 신혼여행이 첫 해외여행인 남편이 세계여행을 가보자고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늘 여행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달라지는 나를 사랑해서, 자신도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서, 새로운 경험에 스스로를 던져보고 싶어서 가고 싶다고 했다. 언어도 모르고 여행도 모르지만, 용기를 내는 그의 손에 이끌려 세계여행이라는 걸 떠났다. 정확히 내 나이 서른에. 


7년 전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작은 마을부터 오로라를 만나고 싶어 계획한 아이슬란드 캠핑 여행까지 200일을 마음이 이끄는 대로 여행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방 안에만 숨어있던 어린 예술가는 방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내 마음속을 걸어 다녔다. 매일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여행의 순간을 기록하며 내가 사랑하는 일을 축복하기 시작했을 때 내 안의 울고 있던 그녀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Photo by Audrey Grace Paul on Unsplash



#03.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영어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여행의 기록들을 다듬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금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여행이 내게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두려움이 몰려오기도 했다. 내면의 예술가가 슬쩍 뒷걸음질 할 때쯤 남편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자신이 옆에 있기에 삶의 두려움을 보지 말고 여행할 때 처럼 마음속 꽃을 보라고 응원해주었다. 여행에서 얻은 에너지와 더불어 그가 내밀어준 손은 어린 예술가가 내 마음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게 했다.


#04.


그리고 올해 초 인터넷에서 독립출판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원고를 본격적으로 기획에 틀에 맞추어 다시 써보고 디자인도 스스로 해보며 책을 내보기로 한 것이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출판사의 도움이 없었기에 좌절되는 순간도 많았지만 내 안에 조금씩 피어나려 하는 꽃과 남편의 말들이 힘이 되었다. 그렇게 4월, 드디어 <서른, 부부 세계여행을 떠났다> 단행본을 손에 쥐게 되었다. 독립출판으로 진행했기에 펀딩을 통해 소량만 인쇄했지만 감사하게도 몇몇 독립서점에 입고를 할 수 있어 지인들 이외에 다른 독자들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내 독립출판물을 받아준 첫 서점에 책을 배달하러 가는 날, 햇살이 가득한 오전의 한산한 길거리를 걸으며 책방 문을 열었는데 서점 지기 분께서 “작가님, 와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 순간 내색하지 않았지만, 가슴이 철렁했다. 
누군가가 나를 ‘작가’라고 불러준다는 것이 마음이 시릴 만큼 좋아서.
 


내가 작은 예술가를 껴안아 준 시간은 작가여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쓸 때 비로소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 예술가를 두려움이 아니라 축복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내 안의 꽃을 보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남편이 나의 꽃을 보아주었던 것처럼 나도 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꽃을 알아봐 주고 싶었다. 


*골웨이 키넬의 시처럼 누군가에 봉오리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로, 손길로 정말 사랑스럽다고 말하며 살 수 있다는 얼마나 좋을까. 내가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그 순간을 글을 쓰고 싶은 많은 사람이 마침내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봉오리>     


봉오리는 모든 만물에 있다. 

꽃을 피우지 않는 것에게도,

왜냐하면 모든 것은 그 내면으로부터 

스스로를 축복하며 피어나기 때문.

그러나 때로는 어떤 것에게 그것의 사랑스러움을

다시 가르쳐 주고

봉오리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로, 손길로 다시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말 사랑스럽다고.

그것이 다시금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스스로를 축복하며

꽃을 피울 때까지

(중략)               


*골웨이 키넬 《봉오리》 중에서           



Photo by Gilberto Olimpio on Unsplash






<서른, 부부세계여행을 떠났다>는 현재까지 독립서점 3곳에 입고되어 있습니다. (5월 10일 기준)


서른책방(입고)

제과서가(입고)

에이커북스토어 ( 5월말 중)


업데이트 되는 정보는 인스타그램 @bbbecoming_jane / 네이버 블로그 : 마로코코 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독립출판 관련하여 글을 올리고 있는데 그동안 인디자인, 일러스트등을 다루는 디자인 부분을 글로 설명하려다 보니 좀 힘들어서 진도가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 부분은 참고할 수 있는 소스를 찾아 공유하고 인쇄 파트부터 다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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