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세계여행을 떠올리게 만드는 다합의 순간들
*현재 이집트에 거주하며 이집트 해외살이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실시간 소식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바이람이 시작되었다. 라마단이 끝나고 70일 이후에 '이드 알아드하(Eid al-Adha)' 일명 ‘희생제’라고 부르는 기간을 대바이람이라고도 한다. 성경에 나오는 선지자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재물로 바치려한 날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며 긴 휴가 동안 양이나 소를 잡아 제사를 지내고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고기를 나눠 먹는, 우리나라로 치면 설날이나 추석처럼 큰 명절이다.
이들에게는 중요한 축제이지만 외국인인 우리에게는 일주일 정도 쉴 수 있는 연휴라서 대부분의 외국인은 이 시기에 휴가를 떠난다. 그래서 우리 부부도 이집트에 와서 처음으로 조금은 긴 여행을 계획했다. 시나이반도에 있는 다합(Dahab)과 샴엘셰이크(Sharm El Sheikh)를 가보기로 한 것이다. 카이로에서 시나이반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가까운 거리가 아니어서 대부분 카이로 공항에서 샴엘셰이크 공항으로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로는 고작 한 시간 거리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주도 가는 기분으로 놀러 갈 수 있다.
안 그래도 뜨거운 7월의 이집트, 샴(현지인 들은 Sharm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공항의 습하고 뜨거운 공기는 다시 한번 마로와 내 심호흡을 무겁게 끌어내렸다. 샴 호텔존은 공항에서 15분 거리로 아주 가깝지만 우리는 다합에서 4박을 하며 오픈워터 자격증을 따기로 계획 했기에 따조다합(다이빙 업체)에서 준비해 주신 운전기사 분을 만나 짐을 싣고 이동했다.
샴 공항에서도 두 시간은 더 걸리는 거리에 다합이 자리하고 있었다. 원래도 멀미가 심한 나는 에어컨도 잘 작동하지 않는 택시를 타고 좋지 못 한길을 가며 울렁임을 참느라 양손 엄지와 검지 사이가 빨개졌다. 중간에 검문소도 몇 차례 통과했지만, 한국인이라고 하니 체크도 안 하고 보내주어서 간신히 먹은 걸 게워내기 전에 다합 시내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서 오랜만에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기로 했다. 오픈워터 자격증을 따고 싶었기에 다합 시내 중심에 머물러야 했는데 3성급 호텔이라고 해도 모텔 수준에 밤에는 너무 시끄러울 것 같았고 여러 명이 같이 사용해야 하는 게스트하우스는 가고 싶지 않아서 부부 세계여행을 하던 그때를 떠올리며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꼭대기 층에 위치한 에어비앤비는 주방이 포함된 공간 전체와 옥상까지 사용할 수 있어서 원 없이 다합의 바다를 바라보기에 좋았다. 주인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짐을 풀자 오랜만에 떠돌이 여행자로 살던 6년 전 추억이 되살아났다.
나를 알기 위해 떠났던 그 서툰 여행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나를 변화시켰다. 한국을 떠나면 모든 것이 달라질거라는 나의 어리석음을 알게 해주었고 가지 않았으면 후회했을 미련을 해소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여행만큼은 갈까 말까 할 때 반드시 가야 하는 것이라는 걸 내 나이 서른에야 알았다.
2018년부터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다합 한 달 살기 붐이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 전만 해도 이 작은 다합시내에 한국인이 200명씩 있어서 ‘경기도 다합시’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는 장기 여행자들 사이에서 꽤 유명하다. 지금도 유럽과 여러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로 북적이는데 이번에 가보니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물가가 저렴하면서도 바닷가와 가까워 자연스럽게 여유로운 휴양지 느낌이 조성되어 있었다. 게다가 다이빙 자격증을 저렴하게 딸 수 있고 저마다 다른 지형을 가진 (라군, 산호, 유명한 블루홀 등) 바닷속을 마음껏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펀 다이빙을 하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곳이었다. 바다를 사랑하고 다이빙을 하고자 하는 장기 여행자들에게는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가 오픈워터를 진행할 따조다합은 다합여행을 생각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다이빙 업체였다. 외국 다이빙 기관도 많았지만, 안전과 관련된 수업을 받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해를 해야 하는 일도 있을 것 같아 이곳을 선택했는데 첫날부터 꼼꼼하고 제대로된 이론 수업을 해주셔서 5시가 되어서야 수업과 시험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시험이라는 걸 보며 진땀을 빼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생소하지만 설레었다.
다음날, 본격적으로 물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실전 수업이 진행되었다. 강사님께선 장비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장비를 직접 착용한 후 바다로 들어갈 수 있게 시범을 보여주셨다. 물을 사랑하고 어렸을 때 수영을 배운 나는 ‘무섭다’는 생각보다 ‘신기하다’라는 느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첫 다이빙에서는 '이퀄라이징'을 훨씬 자주 해야 했는데 간과해서 강사님께 수신호로 여러 번 도움을 요청했고 마스크에 물이 들어갔을 때 빼는 스킬을 연습하는데 잠시 숨을 쉴 수 없다 보니 멈짓하게 되는 순간이 있기도 했다. 마로는 내 뒤를 엄호하느라 너무 느리게 유영해서 강사님께 주의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은 어설프지만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도전이 시작되었다.
->3월 1일 다음편 이어서 연재합니다.
다이빙은 다합이지 _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