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영어는 아니어도 일은 돌아가게 할 정도로 말하고 쓰고 했는데...한 6년 동안 큰 영어 스트레스 없이 지냈더니, 웬걸 이제 영어로 입이 안 떨어진다.
ChatGPT 혹은 엄청 똑똑해진 구글번역기, 파파고가 내 쓰기 실력은 도와줘도 순발력 발휘해야하는 말하기 영어 특히 여행용, 생존용 영어를 우아하게 도와줄 수는 없다. 30대에는 무시로 영어학원을 들락거렸고, 40대 초반에는 전화영어로 그나마 미천한 영어실력이 증발되지 않도록 애썼는데 최근 코로나기간 동안은 완벽하게 영어와 담을 쌓고 지냈다.
돌이켜보면 영어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뭔가 꾸준히 배우고 나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어공부를 오래도록 해온 것 같다. 하...이런 맥락에서 공부는 끝이 없는 것인가...
코로나 핑계로 3년을 늘어져 지내다가, 우연히 지인의 추천으로 온라인 영어스터디 그룹에 신청을 하게 되었다. 스터디그룹 운영자의 아이디는 후추상사...뭔가 매콤한 시간이 될 것 같은 예감.
운영자가 선별해주는 매주 1편의 TED 영상을 보고, 듣고, 읽고, 녹음하고, 단어 외우고, 매일 한 문장씩 영작을 하고, 마무리로 영어 에세이를 쓰는...뭔가 복잡하고 분주한 테스크들. 그리고 매주 1시간씩 조별 토론시간도 있다.
오랫만에 TED를 들으니 새롭기도 하고 살짝 내가 인사이트풀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매일 한 줄 영작도 열심히 했다. 15분 분량의 스크립트를 보고 읽고 녹음하는 것이 시간이 많이 걸렸다. 녹음을 하려니 발음이 신경쓰였고 특히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나오면 녹음 전에 그 단어 발음에 익숙해져야 했다. 하루 분량씩 나눠서 녹음하면 덜 힘들었을 텐데, 주말에 몰아서 녹음하다 보니 거의 2~3시간이 걸렸다. 세상에… 주말에 서재에 들어가 3시간씩이나 집중모드를 유지하다니. 그리고 평일 저녁 10시와 11시 30분 사이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게 되는 우리 토론 조원들은 어찌나 훌륭한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다 여기 모여있었던게다.
그렇게 주중엔 퇴근 후 핸드폰 스크롤링으로 잡아먹고, 주말엔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어 삼켜버렸던 시간들이 초롱초롱하게 살아났다. 약한 강제성과 절대 중도 낙오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동력이 되어 마침내 10주간의 스터디를 완주했다. 그리고 이 매콤한 일상을 이어가기로 마음먹고 다음 회차에도 신청을 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에도 세상은 돌아가고 있었고, 오히려 디지털 활용이 급속하게 빠르게 퍼지면서 온라인 세상은 더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배움에 끝이 없다는 말, 세상 옳은 말이라 여기며 살았지만 그 끝없는 배움을 내가 실천하며 살아가려니 가끔 숨막힌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회사일 말고도 뭔가 성취감을 주는 일, 배움, 새로운 만남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고 새롭게 재밌게 살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