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앱 브랜드 마케터의 독서일지 #001
날이 더워 아직 먼 얘기 같지만 다가오는 독서의 계절에 이제 막 몸담은 지 두 달 된 회사에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한다. 읽고 발견하고 연결되는 소셜 독서 플랫폼. 그날을 기다리며, 서비스의 첫인상이 될 론칭 이벤트를 고민 중이다. 좋았던 경험을 더듬더듬 짚어보며 레퍼런스를 찾다가 그러기를 그만두었다. 지금 단계에서는 우리가 전할 메시지를 정의하는 게 먼저임을 깨달았다. '론칭 이벤트를 경험한 후, 잠재 사용자에게 남을 단 하나의 메시지'.
서비스의 본질과 미션으로 돌아가 독서의 효용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저마다의 독서 이유, 책 읽을 때 느껴지는 감정과 기분. 읽지 않을 이유는 수백 가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읽는지.
우리는 온라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종이책과 오프라인 서점을 대척하지 않는다. 반대로 책의 질감, 독서의 오감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서가를 뒤적이는 설렘, 도끼 같은 문장을 만나는 충격, 편안함을 느끼는 독서 환경, 책을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는 기쁨. 활자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자, 그래서 론칭 이벤트. 독서의 효용을 탐구하기로 했으니 나부터 독서일지를 써보기로 했다. 재택으로 아낀 출근 시간 30분. 모든 것을 덮어두고 30분만 집중해 책을 읽는다. '내가 왜 이 책을 골랐지', '여기 밑줄은 왜 그어?', '어떤 환경에서 읽을 때 가장 편안하지?', '대관절 책 읽는 내가 맘에드는 이유는 뭐람'.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나를 관찰한다.
독서 서비스를 만들며 고민이 떠오를 때마다 책을 집어 들고, 문장에서 답을 찾고 기록하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스릴 만점 하루. 미팅을 하다 '제가 이 부분은 책에서 좀 찾아볼게요.'라고 말하면 공감해주는 동료들을 보며 '아 이런 사람들이니 도서 앱을 만들지ㅋㅋ' 싶다.
며칠 전 책을 읽다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기업들은 '자, 모두 우리가 하는 일에 열정을 가집시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현명하게도 그들은 전혀 다른 길을 갔다. 우리는 우리가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거였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 짐 콜린스
열정을 가집시다. 아니고(X),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합시다(O). 열쩡 열쩡 열쩡. 책에 매인 삶이 꽤 재밌다. 시리즈로 기록하고 싶은데 해시태그는 뭐로 하면 좋을지 고민이다. 책에 답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