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기
브런치스토리 통계를 열어봤더니 브런치북 '혹시나 잊어버릴까 봐 쓰는 글'에 올렸던 운전면허 도전기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다들 운전면허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 때문에 내 글을 클릭해 본 것이 아닐까 싶다. [ 불편함과 불안함 사이 ], [ 운전면허 이렇게 어려운 거였어요? ] 이 두 편에 장내 기능 수업과 시험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후의 이야기를 이 글에 담아보고자 한다. 과연 난 운전면허를 취득했을까?
(이 글은 지극히 일기 같은 글이자, 도로주행 꿀팁을 담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장내 기능 시험에 합격하고 도로주행 교육날이 다가왔다. 감을 잊어버리기 전에 도로주행 수업을 듣고 싶었는데, 공휴일이 많았던 10월. 어쩔 수 없이 2주의 휴식기 후 도로주행 수업을 시작했다. 감정적이고, 기복이 심한 성격 상, 도로주행 때 심적인 난관이 예상되었던 나는 미리 학원 데스크에 찾아가 차분하고 침착한 선생님으로 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도로주행 강사님은 매우 침착하셨다. 살짝 안도하며 첫 수업을 시작했다.
도로주행용 차는 바로 베뉴. 강사님은 차에 타서 바로 코스랑 시험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셨다.
내가 다녔던 학원의 도로주행 코스는 총 4가지였다. A코스 - B코스가 1세트, C코스 - D코스가 1세트다. 우리는 먼저 C코스부터 돌기로 했다. 사실 C, D코스는 친정 근처로 수도 없이 다녔던 도로다. 대신 지나다니는 차량이 많은 곳이다. 사거리 좌회전, 고가 차로, 차선 변경만 잘하고, 교통량에 대한 운만 따라준다면 4가지 코스 중 C코스가 가장 쉽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강사님이 C코스를 운전하시며 경로랑 요령을 설명해 주셨다. 6km가 조금 넘는 거리였고, 10분 정도 달리다 보니 어느덧 반환점이자 D코스 시작점에 도착했다.
강사님은 이제 내가 직접 D코스를 운전해서 가보라고 하셨다. '네? 제가요? 저 이 실력에 바로 도로 나가도 돼요?'하고 마음의 소리가 절로 입으로 나올 뻔했다. 긴장을 삼키고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었다. D코스는 C코스를 되돌아가는 코스지만 가장 헷갈리는 사거리 우회전, 세 번의 차선 변경, 고가차로 진입, 학원 진입까지 있는 가장 긴 코스다. 일단 강사님이 시키는 대로 하자.
역시 첫 도로주행은 누구나 쉽지 않은 걸까. 두 번의 급브레이크로 체구가 작으셨던 강사님은 놀라시며 창문 위 손잡이를 꽉 잡으셨다. 이렇게 급브레이크 밟으면 위험하다고, 차량의 핸들, 액셀, 브레이크 모두 굉장히 예민하니까 살짝만 건드려야 한다고 하셨다. 힘 조절이 문제다. 긴장 때문에 자꾸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핸들도 꽉 잡게 되었다.
잠깐의 휴식 시간이 끝나고 이제 A, B코스를 가볼 차례가 왔다. A, B코스는 C, D코스보다는 짧지만 훨씬 어려운 코스다. A코스는 6번의 차선 변경, 1차선에서 2차선으로 들어가야 하는 좁은 좌회전, 어린이 보호구역, 사거리 우회전, 유턴까지 있는 끝판왕이다. B코스는 5번의 차선 변경, 사거리 좌회전, 어린이 보호구역, 각도가 작아 핸들을 한 바퀴 돌려야 하는 우회전이 있다. A, B코스 모두 트럭이 자주 다니는 곳이고, 공사 중인 구간이 있어 복잡하다.
아까보다 2배는 더 되는 힘이 다리와 손에 실렸다. 강사님은 계속 손에 힘 빼고 핸들 살짝 잡으라고 하셨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무섭고 두려웠다. 사고내면 어떡하지, 나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역시 차선 변경부터 난항을 겪었다. 강사님이 옆에서 핸들링, 브레이크 작동을 도와주셔서 A, B코스 모두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학원 셔틀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운전면허 따는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나 싶을 정도로 겁이 나고, 자신감은 바닥을 뚫을 만큼 떨어졌다.
연이어 들은 두 번째, 세 번째 도로주행 교육도 모든 코스를 직접 운전하면서 익히는 시간이었다.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숙한 핸들링과 차선 변경이었다. 보통 도로주행의 가장 어려운 점이 코스 암기라고 한다. 나는 네 가지 코스 모두 자주 다녔던 길이었고, 학원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코스 영상을 미리 보고 수업을 들어서 코스를 외우는 것이 가장 쉬웠다. 나에게는 좌회전, 우회전이 숙제였다. 공터에서 좌회전, 우회전하는 꿈을 3일 동안 꿀 정도로 스트레스였고 압박이었다.
3일 연이어 6시간 동안 도로주행 수업을 듣고 다음 날 바로 시험을 봤다. 도로주행 시험은 2인 1조로 첫 번째 순서의 응시자가 랜덤으로 코스를 뽑게 된다. 나의 도로주행 시험은 토요일 아침 9시 첫 타임, 심지어 내가 첫 번째 응시자였다. 도로주행 시험용 차에 타서 태블릿의 코스 선택 버튼을 누르자마자 뜬 코스는 바로 C코스였다.
웬걸, 가장 쉬운 코스잖아? 운빨 좀 받는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시험 출발 장소로 갔다.
"응시자 분 운전석에 타세요. 출발 준비하세요."
외운 대로 안전벨트 매고, 브레이크 밟은 상태로 시동 켜고, 사이드 브레이크 풀고, 기어는 드라이브에 놓았다. 장내 기능 시험 때처럼 기본적인 실수를 안 하고자 기계처럼 행동했다. '시험을 시작합니다, 출발하세요'라는 말이 들리고, 난 주저 없이 4차선으로 들어갔다. 5점이 감점됐다. 왜냐고 묻는다면, 좌측 깜빡이를 안 켜서라고 대답하겠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실수였다. 어쩔 수 없다. 감점된 건 감점된 거고, 일단 내 갈 길을 가자.
2차선에서 3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해야 하는 퀘스트가 시작되었다. 주유소가 나오면 차선 변경하라고 배웠는데, 뒤에서 계속 달려오는 차들이 무서워서 3차선으로 끼고 싶어도 낄 수 없었다. 우측 사이드미러를 보는 사이에 차는 1차선으로 살짝 넘어갔고, 뒤에 있던 차가 클락션을 울리는 상황이 되었다. 시원한 가을 날씨에 닫혔던 땀구멍이 다시 열리는 느낌이었다. 바로 15점이 감점되었다. 이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남은 점수는 10점뿐. 도로주행 시험은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 받아야 합격이다.
고가차로에 올라가면서 차의 바퀴가 가장자리선을 밟게 돼서 5점 감점, C코스의 마지막 단계인 유턴에서 또 감점이 되었다. 유턴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돌고 보니 3차선이 아닌 2차선으로 들어가 있었다. 결국 나의 첫 번째 도로주행 시험은 점수 미달로 불합격이었다. D코스를 도신 분은 합격했고, 나는 황당한 기분과 복잡한 머리를 붙잡고 학원으로 돌아왔다. 바로 3일 후로 재시험 날짜를 잡았다. 재시험 비용은 66,000원과 함께 악바리 근성이 살아났다.
집에서 시뮬레이션을 수십 번 돌려보고 3일 후, 재시험을 보러 갔다.
이번에는 해당 시간대에 도로주행 시험을 보는 응시자가 나밖에 없어서 나, 감독관, 참관인으로 학원 전무님이 차에 타게 되었다. 첫 시험처럼 태블릿을 클릭하는 순간 정해진 코스는 A코스였다. '첫 시험 때는 가장 쉬운 코스가 나오다니 재시험에서는 가장 어려운 코스가 나왔구나, 이번에도 떨어지겠구나'싶었다. 그래도 이왕 돈과 시간 들여서 보는 시험이니 열심히 하기로 했다. 뒷자리에 앉아 있던 전무님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을 시작했다.
깜빡이 잘 넣고 차선 변경 모두 성공, 각도가 좁아 어려웠던 좌회전에서 핸들을 빨리 꺾는 바람에 차선에 정확하게 들어가지 못해서 감점, 사거리 우회전 성공, 마지막 단계에서 신호를 잘못 보고 유턴을 하려고 해서 실격당할 뻔했으나 바로 정신 차리고 멈춰서 다행히 통과했다.
결과는 도로주행 합격! 운전면허 취득 성공!
올해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게 되었다. 운전면허 따면 브런치에 꼭 기록을 남기고자 했는데, 드디어 남기게 되었다. 도로주행 합격 도장을 받고, 면허증을 발급받으니 도파민이 싹 돌면서 바닥을 쳤던 자신감도 돌아왔다. 저번주 주말에는 남편을 옆에 태우고 혼자 운전해서 드라이브까지 다녀왔다. 초보운전 스티커도 구입했고, 열심히 연수도 받고 연습할 생각이다. 합격의 기쁨을 현재 운전면허를 따고자 하는 분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몇 가지 꿀팁을 생각해 보았다.
1. 기본 중에 기본은 코스 암기예요. 유튜브에 도로주행 코스 영상을 올려놓는 학원이 많으므로 다니시는 학원에 문의해 보세요. 프린트물로 받은 코스랑 영상이랑 비교해 보면서 익히는 게 좋아요. 저 같은 경우, 영상과 프린트물의 코스는 동일했지만 영상이 몇 년 전 영상이라 현재의 도로 상황이랑 좀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코스는 랜덤으로 정해지므로 배운 코스는 모두 외워두세요.
2. 손에 힘을 풀고 핸들을 잡을 것, 꽉 잡지 마세요. 너무 꽉 잡을 경우 오히려 차선 유지가 어려워지며, 한쪽으로 쏠리기 쉽다고 해요.
3. 브레이크, 액셀 조작은 종이 한 장만큼 살짝, 아기 다루듯이 살살해주세요. 저처럼 힘 조절이 안되면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위험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어요.
4. 핸들링은 공식이 아니라 연습이 중요. 저는 좌회전, 우회전을 공식처럼 외우려고 해서 문제였어요. 운전은 이론이 아닌 실전이므로 해보면서 향상되는 것 같아요. 저도 핸들링이 어려워서 꾸준히 연습 중이에요.
5. 차에 타면 무조건 안전벨트부터 매세요. 안전벨트 안 매면 코스 시작도 하기 전에 실격이에요.
6. 차선 변경, 좌회전, 우회전할 때 깜빡이 켜는 것은 필수예요.
7. 코스를 다 외웠다면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세요. 저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운전하는 흉내를 내며 계속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8.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속도 30km/h 미만으로 달리셔야 하는 것 아시죠? 20~25km/h 유지한다고 보시면 편해요.
9. 과속은 금물! 너무 천천히 가는 것도 감점! 저는 과속해서 몇 번 지적받았어요.
10. 커브 돌 때 속도는 적당히 줄이고, 유턴이나 좌회전, 우회전하고 나서는 바로 액셀을 슬슬 밟으면서 뒤차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해요.
11. 자신이 부족한 부분은 유튜브에서 찾아보세요. 운전 가르쳐주는 영상들이 많이 있어요.
긴장은 독! 긴장만 하지 않아도 모두 합격하실 거예요.
장내 시험 두 번만에 합격, 도로주행 시험 두 번만에 합격! 나의 운전면허 도전기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