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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성은 Nov 28. 2018

와플스러움

부암동 #부암동와플




와플[waffle]


밀가루, 버터, 달걀 등이 들어간 반죽을 격자무늬의 와플 틀에 넣고 구워낸 납작한 케이크.

버터향과 단맛이 어우러지고 쫀득거리는 식감이 일품인 와플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과일, 아이스크림 등을 얹은 브뤼셀식 와플과 설탕이 콕콕 박힌 리에주식 와플이다. 와플은 벨기에, 미국, 네덜란드, 스웨덴 등은 물론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디저트로 꼽힌다.









오랜만에 따끈하고 쫀득거리는 와플을 맛보고자 #부암동와플 을 찾았다.

올해 9월 말쯤 오픈한 이곳은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가게에 들어서니 귀여운 꼬마가 아장아장 걸어 다니고 있었고 남자 사장님이 친절하게 응대해주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와플 메뉴는 다양했다. 플레인부터 숙성 자몽, 메이플 시나몬, 크림치즈, 바질 페스토까지. 요즘 시나몬에 중독된 나는 당연히 메이플 시나몬 와플을 골랐고, 함께 간 내 친구 Sun은 숙성 자몽 와플을 골랐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필수 선택.







주문한 와플과 커피가 나오는 동안 우리는 가게 안 이곳저곳을 찍었다. 몇 평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거울이나 화분 등에 배치를 보면 사장님 부부의 센스가 느껴진다. 핼러윈데이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지 펌킨 장식도 눈에 띈다. 나와 Sun은 바람이 잘 들고 환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테이블이 따로 없는 '요즘'식 인테리어인데 공간이 트여있어 오히려 편했다.







와플이 한창 구워질 때쯤 사장님은 우리에게 원하는 스티커를 고르라고 하였다.

#부암동 #JMT #축하해 등 해시태그가 쓰인 스티커였다. 와플 모양과 비슷한 기호인 '#'을 이용해 브랜딩 한 것이다. 나는 욕심을 부려 #부암동 과 #축하해 를 골랐고 Sun은 트렌드 세터인 만큼 #JMT를 골랐다. 이 재미있는 스티커 하나에 우리는 이곳을 기억할 것이며, 이 날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기에 젊은 사장님의 센스 있는 이 브랜딩은 성공적일 것이라고 믿는다.







와플과 커피가 준비되었다. 사장님은 아메리카노가 진하면 얘기해달라고 하였다. 뚜껑을 열고 조금 맛보니 진하고 고소한 것을 좋아하는 나의 입맛에는 잘 맞았다. 아메리카노로 입 속에 남아있던 단맛을 삼켰다. 윤기 나는 메이플 시럽 위에 뿌려진 시나몬 가루가 날릴 까 봐 조심스럽게 와플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아, 이 와플스러움.



손바닥보다 조금 큰 와플은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달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쫀득거림이 매력적이었다. Sun도 숙성 자몽 와플도 맛있다며 맞장구쳤다.


와플 한 입에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소중한 사람들만 데려와서 함께 먹고 싶다.'


보통 맛있는 음식은 주위에 좋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지 않은가, 부암동 와플이 그랬다.



겉모습에 치중하기보다 '와플'이라는 본질에 충실한 점, 올라간 토핑들이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와플과 어울린다는 점, 인공적인 단맛 대신 고소함과 쫀득거림이 잘 느껴진다는 점이 내가 느낀 부암동 와플의 강점이다. 이처럼 다양한 강점을 지켜나간다면 부암동 와플은 사랑받아 마땅한 하나의 와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이 3가지 강점으로 하여금 이곳을 다시 찾을 테니까 말이다. 






요리는 물론 우리의 삶에서 본질을 지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우리 자신보다 남의 눈을 의식했으며, 남의 얘기에 흔들렸으며, 남의 생각에 휘둘린 것일까?

남이 말하는 나의 못난 모서리 부분을 고치다가 둥그렇던 부분을 오히려 날카롭게 만들어버리지는 않았을까?

스스로 지켜야 할 본질을 툭- 남에게 넘겨버린 것은 아닐까.


본질은 흐려져서는 안 된다. 무언가를 걸치기 전 나는 어떤 사람인지 먼저 생각해야겠다.

무언가는 타인의 눈, 타인의 말, 타인의 생각 등이다.


어느 가을날 먹었던 반죽이 참 잘 된 와플처럼 맛있었던 그 와플처럼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반죽에 정성을 다할 예정이다. 


와플이 와플스러웠던 #부암동와플 처럼 나도 #나 스럽게 살아가자.

와플은 '와플'다워야 하고 나는 '나'다워야 한다.



오늘의 #성은 은 열심히 반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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