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I used to call Home
어릴적에는 항상 돌아갈 곳이 있었다
그 곳에 가면 부엌에 엄마가 있었고, 마당 어딘가에 할머니가 계셨다
밤 12시가 되면 신데렐라 마법의 구두처럼 모든게 사라지고 잠드는 줄 았았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골목길은 3가지 길이 있었다
언덕 위에 있던 집에서 곧장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돌아가거나,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돌아서 갈 수 있었다
학교 담장을 지나가는 것을 좋아해서 가운데 쯤에서 꺽어진 길로 자주 다니곤 했다
내가 집이라고 부르던 그 곳을 떠나던 때는 12살쯤 무렵이다, 한참 88년 올림픽 준비로 온 나라가 떠들석 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딱 지금 첫째 아이 나이 또래에 첫 이사를 했다
새로운 집은 조그만 빌라였다
정확히 몇 층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2층쯤 됐던 것 같다. 집앞에 있던 오락실이 더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집에 안와서 엄마에게 끌려갔던 기억 때문이지 않을까
이사한 집은 기억에 별로 없지만, 떠나온 고향집을 왜 기억에 남을까
잔디밭에서 뒹굴기도 하고, 축구도 하고, 자전거로 코너링을 연습하다가 넘어져서 무릎에서 피가 철철 나기도 했기 때문이겠지
한 번은 마당에 작은 꽃나무 나뭇가지에 올라타서 놀다가 가지가 뿌러졌다.
너무 놀라서 그 나뭇가지를 손으로 붙들고 있으면 다시 붙을 것만 같았다. 호랑이보다 무서웠던 할머니에게 혼날까봐 그랬던 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축구장이고, 운동장이고, 놀이동산이던 마당을 다시 찾아갔을 때 잔디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예전 일을 막내 삼촌에게 물어봐도 기억을 못하고 계셨다. 집 밖에서도 들리던 할머니 목소리는 이제 사라졌다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그 집을 다시 찾았기 때문이다
집 뒤로 뒷산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서 아이들 손을 잡고 걸어본다.
여기가 아빠가 뛰어놀던 곳이야. 아직 약수터가 남아있구나
그렇게 대충 30년이 지나서
집이라고 부르던 그 곳을 찾아갔다.
이젠 할머니 대신에 아이들의 작은 할머니가 살고 계시고
서로 다른 기억이 남아있지만, 그 집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
슈퍼밴드 방송을 보다보니 [House I used to call Home] 이란 곡을 부른다.
노래 가사처럼 나에게도 집이라고 부르던 그 곳이 있었다. 동생과 뛰어놀던 마당이 있고, 처음 이층침대에서 무서워서 잠들지 못하던 그 곳이다.
얼마전 막내 삼촌 댁에 인사드리러 들린 적이 있었는데 문득 그 날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