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 May 29. 2020

[Ep.2] 에디션덴마크, 런칭 후 1년

지난 1년 되돌아보기, 그리고 지금의 고민

INTRO

2017년 11월, 처음 '덴마크에서 제일 맛있는 꿀을 찾아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는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1년 반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덴마크 스페셜티 허니 브랜드를 만들었고 지난 2019년 4월 런칭을 했다. 제품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시작했고, 지난 1년간은 기반을 다지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를 정도로.


그러다 얼마전부터 '1년 전 오늘'이라며 아이폰 사진 앱에서, 1년 전에 막 시작하던 시기의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제품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던 2019 서울디자인리빙페어에서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반응을 이끌었던 것, 준비하면서 입점을 꿈꿨던 편집숍에 입점하고 팝업행사를 진행했던 것 등 생생한 감동과 설레임으로 남아있는 런칭 직후의 순간들이 벌써 1년 전이라니. 


FIRST YEAR

새로운 직장, 연인과의 관계, 타지 생활 등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의 첫 1년은 정말 크게 느껴진다.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서툴고 좌충우돌이지만, 그만큼 재미와 기쁨도 크다. 이제 시작이니까하는 마음으로 많은 것들에 너그러워지고, 여유가 있기도 하다. 현실적인 것들을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재밌겠다, 좋겠다 싶은 일들은 벌리고 본다. 제안이 오는 것들은 일단 다 하고 본다.


'하루 일과'라는 걸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참 다양한 하루들을 보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볼 수도 상상할 수도 없었던 생산자, 판매자 관점의 세계를 배웠다. 직원일 때 사장에게 느꼈던 서운한 부분들이 이제야 사장 입장에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코엑스, 백화점, 편집숍 등에서 팝업을 진행하고, 쇼룸을 오픈하고, 결이 맞는 온라인/오프라인 편집숍에 입점을 하고, 카페/레스토랑 거래처를 만들고, 꿀과 티 외에도 테이블웨어와 커피를 런칭하고, 브랜드 전시와 브랜드 행사도 진행하고, 큰 기업들에 명절 선물 납품을 하고, 좀 더 쉬운 경험을 위한 오프라인 공간도 준비하며 정신없이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무 것도 없었던 1년에 비해서 참 많은 것을 쌓아 올렸다. 아무것도 모르고 맨땅에 헤딩하던 1년 전과 비해, 이제 제법 숙달이 되어 수입 진행도 수월해지고, 신규 거래처에 응대하는 방식도 매뉴얼화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던 브랜드에서, 이제 수천명이 직접 사보고 경험한 브랜드가 되었다. 직원 없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 치고, 만족할만한 성과다.


NEXT ONE YEAR

하지만 요즘 들어 고민이 든다. 일의 양이 두 명이서 쳐내기 힘들만큼 많아졌고, 우선순위에 밀려 중요하지만 진행하지 못하는 일들도 많다.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도 온보딩에 걸리는 시간과 노력, 일을 맡기고 팔로우업하는 데 필요한 리소스, 고정비 부담이 되는 월급,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일을 잘하는 사람을 찾는 것에 대한 어려움 등을 생각하다보면 확신이 들지 않는다.


몸집을 작게 유지하며 천천히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속도로 성장하는 게 답일지, 리스크가 있더라도 몸집을 키우는 것이 좋을지 잘 모르겠다. 


어떤 사업이든 창업가의 그릇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다 같은 작은 회사지만 지향점의 크기에 따라 방향이 정해지고, 그 회사가 가진 방향성에 따라 2, 3년 후부터는 차이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한다. 동네 사람들만 아는 맛있는 로컬 식당 사장보다는, 기업을 이끄는 대표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모멘텀을 만들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2020년 2분기의 목표는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다.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더 작은 용량의 저렴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고, 우리가 소개하는 제품을 더 쉽게 경험해 볼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준비중이다. 하루 일과가 생기고 하는 일이 조금 더 안정된 2년차. 앞으로의 1년도 기대된다.



NOTE

늘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지나면 기억 속에서 사라질 고민들을 나중에 돌아볼 미래의 나를 위해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를 위해,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부족한대로의 현재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