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변화가 있었던 지난 1년 되돌아보기, 그리고 앞으로의 고민
보관함에 있던 2021년의 글, 에디션덴마크 2년 차 돌아보기. 마음에 들 때까지 고쳐 쓰다 보면 평생 끝내지 못할 것 같아 덜 다듬어진 채로 발행하니 넓은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1년 반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9년 4월에 처음 브랜드를 세상에 선보였다. 첫 1년이 정말 다이내믹했는데, 그다음 1년은 더 다이내믹했다. 작년 5월에 1년을 되돌아보는 글을 썼는데, 벌써 1년 하고도 3개월이나 지났다. 회사에 있을 때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짧은 시간에 많은 성장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와 비교할 수 없는 밀도로 하루하루를 살고 또 많은 생각의 변화와 성장이 있었던 지난 한 해. 쇼룸도 없었던 그때를 생각하니 정말 까마득하지만 한 번 돌아보자, 에디션덴마크의 지난 1년!
지난 글
[Ep.1] 에디션덴마크 창업기: https://brunch.co.kr/@moozi/17
[Ep.2] 런칭 후 1년: https://brunch.co.kr/@moozi/26
처음 시작할 때, 우리 둘이서는 절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수입이나 판매, 경영, 마케팅 등 사업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어서, 생각을 구체화시켜서 그다음 스텝으로 가는 방법이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한국 와서 준비기간에 만나게 된 분들과 짧은 시간이지만 느슨한 동업을 했다가, 서로 기대하는 바와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다시 둘이 되었다가, 평소 좋아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오랜 친구와 런칭 준비부터 조금씩 자리 잡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기도 했었다. 아는 것이 거의 없었던 그때는 같이 일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만이 있었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순수한 제안에 흔쾌히 응해준 것이 참 고맙고 또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렇다 할 성과나 보상이 없는 초기에 같이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지나고 나서 깨달았지만,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값진 시간이었다.
그렇게 다시 둘이 되자, 동업이든 고용의 형태로든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에 대해 전보다는 더 조심스러워졌던 것 같다. 1년 차에 쓴 글에서 가장 크게 했던 고민은 팀을 꾸리느냐, 혹은 우리가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느냐였다.
"몸집을 작게 유지하며 천천히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속도로 성장하는 게 답일지, 리스크가 있더라도 몸집을 키우는 것이 좋을지 잘 모르겠다."
2019년 6월에 서촌 수성동 계곡 앞에 자리 잡은 10평 남짓한 공간을 사무실, 물류실 겸 쇼룸으로 오픈했다. 제품의 가짓수도 적었고, 디스플레이도 초라했고, 안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들어와도 되는지 아닌지도 헷갈리는 늘 아쉬움이 컸던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정말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다!)
2019년 4월 브랜드 런칭도 팝업이었고, 편집샵, 백화점, 행사, 전시 등 제안이 들어오는 것들은 모두 진행했던 한 해. 새로운 곳에 나가 사람들에게 제품과 브랜드를 소개하는 일도 정말 즐거웠지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나가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반대로 사람들이 언제든 찾아와서 제품과 브랜드를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2020년 2분기 목표를 '브랜드 인지도 높이기'로 잡고 핵심 지표 중 하나로 '찾아오는 공간 만들기'를 정했다. 그리고 스테이폴리오가 운영하는 '서촌차고'라는 공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복순도가의 팝업 스토어로 3년간 운영되다가 최근 이사 간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무작정 제안서부터 작성했다.
새로운 공간을 찾아서 제대로 오픈하기에는 잔고도 부족했고, F&B 매장 운영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공간적으로도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목에 서촌에 몇 없는 정남향의 건물. '수평적 호텔'이라는 컨셉으로 서촌에 감도 높은 스테이를 만들고 운영하는 스테이폴리오라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동경심도 있었다.
스테이폴리오 대표님께서 이 제안서를 보고 흔쾌히 소중한 공간을 내어주셨고, 4월 중순부터 준비해서 7월 11일에 오픈했다. 처음으로 해보는 거라 과정이 우당탕탕이었는데,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기록해보는 걸로..
쇼룸 오픈과 함께 커피콜렉티브 원두 수입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팬데믹의 상황과 변화하는 규제에 따라 혼란스러운 시기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시고 소개해주시고, 또 직접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수성동 계곡 앞의 이전 쇼룸은 늘어나는 재고와 함께 점점 물류창고로 변해갔다. 큰 수입건 도착을 앞두고 이제는 정말 안 되겠다 싶어서 새로운 사무실을 얻었다. 쇼룸 오픈에 투자를 한 직후라, 좋은 사무실을 얻을 수 없으니 저렴한 가격이 우선이었다. 에어컨도 없고 겨울에는 너무 추웠던 방 세 개짜리 낡은 가정집을 사무실로 얻으며, 얼른 더 잘되어서 좋은 데로 가자는 다짐을 했다.
겨울에는 수도가 터져 며칠간 물을 못쓰기도 하고,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물건을 옮기고, 비 오는 날 팀원 한 명이 계단에서 미끄러져서 다치기도 하고, 추석 설날 대목에는 사무실로 썼던 큰방도 물류창고로 변하고.. 돌이켜보면 슬프고 웃긴 추억이 가득한 곳이었다.
그간 느슨한 협업의 관계로만 일을 하다가, 10월에 첫 공식 채용을 진행했다. 절친한 친구가 파트타임으로 콘텐츠, 마케팅 업무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몇 개월간 내가 일하는 걸 지켜보더니, 지금 내게 제일 필요한 건 운영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같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택배 송장 출력과 CS, 세금계산서 발행 등 매일 해야 하는 업무들을 쳐내다 보면 정작 중요한 업무들은 끝마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아직 매출이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으나 결론적으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지금도 함께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레일라가 조인한 이후, 나는 좀 더 중요한 일들에 집중할 수 있었고 레일라와 함께 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다.
청담동 분더샵 팝업부터 마더그라운드와 함께한 '봄꿀 신발' 출시와 런칭 행사, 킨포크 Kinfolk와 함께한 부산아트페어 행사, 자체적으로 쇼룸에서 진행했던 크리스마스 마켓, 아엘시즌 & 60S와 함께한 잠JARI 이벤트, TWL과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가 주최한 새터데이 마켓 참여, 전시공간 피크닉 Piknic의 가든 전시 오프닝에 함께한 보타니컬 티 바 등.. 팬데믹으로 쉽지 않았던 시기에도 참 많은 행사들을 진행하며 브랜드를 알리는데 주력했었다.
팝업이나 협업뿐만 아니라, 이 기간에 제품군을 확장했다. 새로운 티 출시와 선물세트 출시, 첫 오리지널 제품 출시까지. 양적인 성장을 한 시기였다.
성장을 하면서 기존 인원으로는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늦게까지 일하거나 주말에도 일하면서 우리도 지쳤고, 새로운 사무실도 금세 가득 찼고, 걸어서 5분 거리인 사무실과 물류창고를 왔다 갔다 하는 일도 피로했다.
요핸과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1 우리의 성장을 제약하지 않는 물류실과 사무실이 함께 있는 넓은 공간으로 이사 간다.
2 새로운 물류 팀원을 채용한다.
이제, 넥스트 스텝으로 가야 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