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아. 작은 조약돌을 모은다는 마음으로 기록하기
글쓰기는 즐겁지만 발행은 어려워
매해 반복되는 다짐이 있다. '내가 하는 것들의 기록을 매달 한 번씩 브런치에 발행하기' 그리고 매해 실패한다.
내가 하는 게 대단하거나 특별하진 않지만, 그래도 내 글을 읽고 한 명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을 위해'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재미도 있고 짜임도 좋고 메시지도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신나게 글을 써 내려가다가도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못할수록 그 버튼은 더 어려워졌다.
부산에서의 만남
설 연휴를 맞아 일주일 동안 부산에 내려와 있다. 작년 가을에 덴마크를 다녀오면서 잠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의 중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얼른 처리해야 하는 수십 개의 투두 리스트에 온 정신을 쏟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평소에 만나는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내 삶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부산에서 만난 무과수님과의 시간이 참 좋았다. 인스타그램으로 꾸준히 기록하는 일상과 '본업도 있으면서 심지어 그것도 잘하면서 이걸 어떻게 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 발행을 비롯 일과 삶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지켜보면서 궁금해하다가, 밑미 <나를 위한 한 끼> 리추얼에 참여해 연을 맺게 되었고 가치관과 생각이 비슷해 더 궁금해졌었다.
조약돌 모으기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인데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이야기 중 '기록'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매일의 기록을 '작은 조약돌을 모으는 과정'이라고 했다. 조약돌은 한 개 자체로 대단하진 않지만, 수많은 조약돌이 모이면 듬성듬성하게 놓인 큰 바위로는 만들 수 없는 촘촘함과 힘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수북이 쌓인 무과수님의 조약돌들은 삶에 재밌는 일과 기회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기록의 더 강력한 힘은 매일의 생각과 고민들이 사라지지 않고 언어로 정리되어 남아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떤 주제에서든 명료한 언어로 생각을 전달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도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연습을 하고 싶어졌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거운 일을 해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기준이 바깥에 있었기 때문에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아직은 이 짧은 글을 쓰면서도 얼마나 많이 지웠다가 다시 쓰고, 다른 사람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인가 싶어 져 그만 쓰고 싶어 지는지 모르겠다. 생각이 지나치게 많고 소심한 성격은 어디 못 가겠지만, 투박하고 쓸모없는 조약돌이라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더 즐겁게 글을 쓰고 가벼운 마음으로 발행 버튼을 눌러야지.
저장만 해둔 에디션 덴마크 2년 차 기록이라던가.. 시작만 하고 끝마치지 못한 덴마크 취업기라던가.. 스스로를 위한 기록에 더 의의를 두고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남겨두고 싶은 것들을 남겨두어야겠다. 나의 별 볼 일 없는 일상이나 생각들이, 수북이 쌓이게 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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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만남에 대한 무과수님의 기록. 편안하고 담백하지만 그녀만의 시선이 담긴 글에는 끝까지 읽고 싶어지는 강력한 자석 같은 매력이 있다.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 삶의 의미인, 그리고 그 영향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확장시켜나가는 멋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