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쉽사리 시작하지 못하는 나에게 주는 조언
큰 일을 벌여두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사업 초반, '180%를 하느라 하루가 늦는 것보다는 80%을 제시간에 끝마치는 게 낫다'는 조언을 들었다. 덜 중요한 것은 80%으로 마쳐야 할 때도 있는데, 성격상 그게 쉽지가 않다. 쉽사리 만족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200% 잘하고 싶어 한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할 때가 있다. 하다 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도, 생각과 다른 것들도 있기에 일단 시작하고 나서 더 나아지면 된다.
3주 전, 30평짜리 공간을 계약했다. 남향으로 난 통유리와 5미터의 층고, 컨테이너와 초등학교 뷰에 반했다. 1년 반 전에 오픈한 첫 쇼룸은 아직도 애정 하는 공간이지만, 좁은 공간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꽤 오래 밤마다 부동산 앱을 순회하며 두 번째 쇼룸을 오픈할 공간을 찾았는데, 이곳을 보자마자 여기다 싶었다. 한적한 골목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야외 공간이 없다는 것만 빼면 모든 것이 우리가 찾던 조건에 맞아떨어졌다. 가격이라는 요소까지 고려하면 모든 조건을 완벽히 만족하는 곳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이 정도면 정말 훌륭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고 싶은 것들, 재미난 아이디어를 모두 신나게 적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구체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오니 답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 이 단계에서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따라,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이 될 수도, 혹은 브랜드를 다음 단계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엄청나다. 많은 사람들이 머무르고, 팀원들이 일하는 공간이기에 동선과 경험에 있어서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공간은 한 번 만들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 두 번째 공간이니까 더 잘해야 된다는 것 등등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이번에는 200%도 아니라 500%를 잘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내 역량을 벗어나는 일을 괜히 벌렸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브랜드를 처음 시작할 때를 되돌아본다. 그때도 일단 해보자! 하고 시작했다가 매일같이 맞닥트리는 도전의 순간들에 이런 마음으로 힘들어했다.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알아야 하고 잘해야 하는지. 해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과정이 힘들어도 어찌어찌 잘 해왔던 지난 3년의 시간들처럼,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는 이번 일도 한걸음 한걸음 내딛다 보면 또 어떻게든 해내겠지.
500%를 생각하느라 수많은 생각의 조각들로 가득 찬 머릿속을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씩 정리해나가 봐야겠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비우고, 일단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