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간
앞치마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따뜻한 물을 튼다.
긴 숨 뒤에 따라오는 기억에 떠밀려온 잔잔한 감정들
나를 따뜻하게 또 시원하게 채워주었던
우리의 허기에 만족을 주었던
우리의 빈 마음을 채워주었던
우리의 시공간을 풍요롭게 해주었던 시간들
색채와 냄새와 맛, 눈으로 코로 입으로
바삐 맛보고 동시에 쉬이 떠들던 밝고 충만한 시간들
우리가 먹고 마신 것들이
이야기가 되어 흐르고 만나 합쳐지고 또 나뉘어지기를 반복하며
때론 지쳐서, 때론 기뻐서, 또는 습관처럼 함께 했던 순간들
모든 것을 담아 안아주었던
그릇과 접시를 어루만지며 마음을 돌본다.
구석구석 손 안간 곳 없이 매만지고
얼룩과 때를 지우고 거품옷을 입힌다.
다친 구석은 없는지 이리저리 살피며
고루 어루만진다.
빈 그릇들이 깨끗이 샤워를 한다.
컵들이 새 빛을 입는다.
다시 서로와 머리를, 어깨를 맞대고 만날 날을 기약한다.
개수대에 누워 다시 채워질 설렘을 품는다.
이 물기가 마르면
먼지가 쌓일 새도 없이
다시 더 깊은 정으로 채워져
마음을 담아 나누는 그 시각
우리의 미소 앞에 놓여질 것이다.
마음이 미리 행복해지려
벌써 가서 채워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