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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환 Mar 06. 2024

온더로드

스페인 렌터카 여행

나는 운전을 좋아한다. 면허를 딴지 1년 반밖에 안 된 것치고 운전을 꽤 한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건 바로 자동차로 유럽의 도로 위를 달리는 것.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리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유럽의 도로를 경험하고 싶었다. 그라나다를 떠나면서 차를 픽업하고 네르하, 론다를 거쳐 세비야에서 반납하는 일정으로 차를 빌렸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하면서 국내선, 시외버스, 트램, 기차, 렌터카까지. 배를 제외한 모든 이동수단을 다 타보았다. 마치 유럽에서 자동차 운전을 해보고 싶어서 면허를 따고, 2년간 열심히 운전연습을 하고, 스페인에 온 것처럼, 설렜다. 



자동차는 여행을 좀더 사적이고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정해진 시간표와 길이 아닌 미지의 길로, 예상을 벗어난 풍경 속으로, 지도에 표시된 영역밖으로 우리를 데려다준다. 우리나라와 같은 아스팔트 위를 달리지만 지나가는 풍경은 달랐다. 유럽의 발코니라고 불리는 도시 네르하는 지중해에 발을 담근 남쪽 해안도시이다. ‘유럽의 발코니’라고 명명된 발코니처럼 생긴 해안 전망대가 있어서 이곳에 서서 지중해를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 날은 하늘은 맑은데 바람이 태풍처럼 불어서 정말이지 바람에 실려 지중해 건너편으로 날아가는 건 아닐까 무서웠다. 몸을 최대한 수그리고 겨우 발코니에 발도장을 찍고 나왔다. 여름이었다면 지중해 비치에서 일광욕이라도 했으련만. 온화한 남쪽지방 날씨 대신 역대급 바람을 맞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빠르게 차를 몰아 다음 도시로 갔다. 남쪽 지방은 바르셀로나보다 춥고 거센 바람이 불었다. 우리는 왜 남쪽 지방의 날씨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남쪽이니까 당연히 따뜻하고 평화로울 것이라 예상했을까. 철 지난 피서지는 우리를 환대하지 않았다.

레몬 나무와 올리브 나무밭이 자주 눈에 띄었다. 중간에 필요 없는 주유로 멍청비용을 지불하면서 고속도로 휴게소도 경험하고, 드넓은 초원에서 내려 사진도 찍었다. 그래도 고속도로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다음 도시 론다에 도착했는데 이곳은 더 춥고 바람도 심했다. 론다에 들어서면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협곡을 사이에 둔 산 위에 지어진 아름다운 도시 론다. 협곡 사이를 가로지르는 누에보 다리와 론다를 내려다보는 여러 전망 포인트 등 인생 사진 몇장은 건지겠다는 호기로움은 거센 바람 앞에 움츠러들었다. 숙소에서 흐리고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야속하기만 했다. 여행이 중반쯤에 접어들자 YG는 몸살이 났고 두꺼운 패딩을 입고도 추워했다. 열이 나고 목이 아프고 으슬으슬 춥다고 했다. 그래서 론다에서 가장 처음 방문한 곳은 약국이었다.. 론다도 기대 여행지 중 TOP 3안에 들었는데, 론다 여행, 과연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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