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토론토 뮤직비디오 감독 진행기
우여곡절이 많았다.
프로듀서 Marion은 지지부진 하던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뮤지션이자 클라이언트 Micahel은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질문이 참 많은데 그게 호기심에서 나오기보다는 의심에서 나오는 질문들.
그래서 나는 20살 프로듀서인 Marion에게 말했다.
"우리 이거 돈 받고 하는 일이고, 모든 프로덕션 비용은 뮤지션이 지불하니까, 우리가 새로운 걸 해볼 수 있을꺼야. 저 친구가 의심많고 너 귀찮게 하는 건 내가 맡을게."
그렇게 해서 시작했다. 4월달에 이야기 나오고 6,7월 연락 두절. 갑자기 8월달 말에 연락 와서 9월부터 슬슬 시작. 신뢰가 생기려면 참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걸 배웠다. 문제발생, 인내, 문제해결, 또다른 문제발생, 인내, 문제해결, 갈등해결 등의 연속이었다.
프로듀서 Marion은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하고, 다른 프로젝트가 겹쳐 있는 상황인데 끊임없이 Michael이 불평과 비슷한 질문 공세를 퍼부으니 프로젝트 초반부터 기가 질렸고, 급기야 내 연락까지 읽씹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특성상 13명 정도의 배우들을 기용해야 하는데, 예산비 절감으로 무료로 구할 수 있으면서도 좋은 배우를 기용할려고 캐스팅 다이렉터 Monica를 두었다. 어랏. 일은 열심히 해주는데 이친구가 자존심과 책임감이 강해서 캐스팅하는데 날짜가 부족하니 촬영날짜를 옮겨 달라고 했다. 아니 촬영날짜를 옮기면 크루들과 다른 배우들 일정을 다시 맞춰야 하는데 이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족한 배우들은 내가 캐스팅하기로 하고 기존 촬영일정데로 밀어 부치니, 이 친구가 캐스팅 다이렉터에서 자기 이름을 빼달라고 했다는 것을 촬영 끝나고 Marion이 말해주었다. 프로젝트를 위한 일인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일인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작진들에게 돈을 지불 할 여력이 없어 봉사활동 개념으로 진행을 했는데, 중간에 하차하는 주요 인력들을 보강하느라 진땀을 뺐다. 촬영 전날에 렌탈차에 장비를 싣는데 이거 웬걸, 프로덕션 디자인 물품들도 실어야 하는데 더 실을 곳이 없었다. 금요일 밤이었는데 도시 전체 렌탈 차 빌리는 곳이 문을 닫았다. 정말 캐나다스러웠다. 다들 망연자실 하고 있었는데, 내가 혹시나 해서 아래층에 사는 방글라데시 친구에게 Akif가 떠올랐다. 이 친구가 평소에 도시 주차 규정이라든가 이런것들을 잘 알려주어서 왠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전화를 했다. Akif가 전화를 받았다. 이 친구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더니 몇군데 전화번호를 주었다. 다 걸어봤지만 안되었다. 안되었지만 고마웠다고 메시지를 보내니, 전화번호를 하나 더 보내주었다. 토론토 전체 총괄하는 Uhaul이라는 트럭 렌트회사번호였다. 전화를 했더니 받았다. 거리는 좀 있었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트럭을 대여 할 수 있어서 겨우 모든 장비와 프러덕션 물품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촬영 날 몇몇 배우들은 중간 일정들이 있어서 촬영 중간에 외출을 하고 왔는데, 배우들이 늦어져서 촬영에 지장이 생기면 어떡하나 애간장을 태우면서 진행했다.
다행히 모두 제 시간에 와주었고, 애간장 타는 감독과 초보 촬영감독의 허덕임 속에서 마무리를 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진심으로 우리팀이 하루안에 이 모든 것들 해낸게 뿌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틀짜리 촬영인데 예산상의 문제로 하루에 진행했는데, 빨리 진행하려고 팀원들을 불렸더니 제작진이 너무 많아,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생겨서 진행하는데 애를 먹었다. 합을 좀 맞출려고 보니 촬영이 끝난 느낌이랄까? 뭐 촬영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항상 들긴 한다. 촬영이 끝나고도 크고 작은 문제들은 계속 있어서 장비들을 반납하는데 늦은 밤까지 그리고 다음날까지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아무 탈도 없이(크루 한명이 촬영장에 오는 길에 차에 치였다고는 했지만 들어보니 무사하다고 한다.) 촬영을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었다.
촬영 끝나고 한 이틀은 정신이 몽롱했던 것 같다.
기술도 역량도 중요하지만 강심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근데 어떻게하면 강심장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