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모방이 가능하나요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세요

by 최유현

“내가 바람 펴도 너는 절대 피지 마 Baby

나는 너를 잊어도 넌 절대 잊지 마 Lady

가끔 내가 연락이 없고 술을 마셔도

혹시 내가 다른 어떤 여자와 잠시 눈을 맞춰도

넌 나만 바라봐.”


누구든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태양의 노래 ‘나만 바라봐’, 어떻게 보면 연인에게 들려주는 가장 이기적인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그 누가 들어도 이 가사는 정말 나쁜 남자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나만 바라봐’를 부르는 이 사람이 정말 나쁘다고 우리는 그렇게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솔직히 남녀를 불문하고 사랑이라는 관계 속에선 모두가 한 마음일 것이다. 내가 아무리 한눈을 팔아도 내 애인만큼은 나를 이해하고 용서해주었으면 하는 그 마음, 인간이라면 당연히 품을 법한 생각이다. 이게 바로 아름답고 낭만적일 것만 같은 사랑 관계에서 드러나는 옥에 티이다. 이런 이기적인 사랑 방식이 어떻게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 것일까?

가장 먼저 살펴보아야 할 단어는 바로 ‘기대’이다. 다른 사람이 모두 나를 나무라는 한이 있어도, 최소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 결국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의도치 않게 그 사람에게 많은 것을 바라게 된다는 뜻인데, 이런 심리가 당연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물론 있다. 그러나 상대를 향한 그 기대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2008년부터 2015년 4월 사이의 기간을 기준으로 통계청이 발표한 이혼 사유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의 가장 흔한 이혼 사유로는 ‘성격 차이’가 몇 년 동안 부동의 1위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결혼에 대한 환상을 품고 야심 차게 결혼 생활을 시작하였지만, 아내 또는 남편이 그러한 본인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함을 실감할 때 안타깝게도 이혼이라는 옵션을 택하는 것이다. 자신이 기대했던 배우자가 한결같은 ‘지킬’이 아니라 ‘하이드’의 면모도 잠재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라 믿었기에 실망감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사실 인간은 모두 ‘지킬’과 ‘하이드’의 양면성을 지닌 존재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를 사랑이라는 관계에 대해 이렇게까지 기대감이 부풀게 만든 주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우선 ‘사랑’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무엇을 떠올리게 되는가? 따뜻한, 아름다운, 로맨틱한 등, 이런 형용사를 떠올리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 우리가 사랑에 관련된 이야기를 가장 많이 접하는 경로는 또 무엇일까? 영화, 드라마 등 이런 미디어 콘텐츠가 가장 유력하지 않은가. 결국 우리는 이러한 대중매체가 주입한 사랑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셈이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낭만적인 그러한 느낌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러는데, 도대체 그런 명제는 누가 내린 것인가 하는 의문부터 품는 게 옳은 순서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그런 식으로 연애 안 해.” 연애 경험을 털어놓을 때마다 친구들의 조언과 지적은 항상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과거의 사랑 방식과 현재의 사랑 방식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그들이 흔히 말하는 ‘트렌드’는 누가 정의한 것인가? 미디어가 대중들 앞에 디스플레이해놓는 사랑에 현혹되지 말자. 내가 하는 사랑은 나 스스로가 정의하며 이끌어나가는 것이지, 대중매체를 모방해가며 만족을 느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상대를 바라보는 본인의 기대치를 낮추라기보다는, 사랑하는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미이다. 내 옆에 있는 남자가 모두 구준표, 도민준일 수는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