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ife in Korea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스 Jul 05. 2023

어느 날, 다시 20대가 되었습니다

Life in Korea

2023년 6월 28일 우리나라에서도 만 나이가 적용되었다. 눈 떠보니 앞자리가 달라졌다. 3에서 2로. 캐나다에서 외국인들에게 내 나이를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늘 만 나이로 말했다. 그래서인지 서른이라는 나이를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캐나다에서 지낸 2년 동안 나는 30을 말한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 지낸 지난 한 달을 제외하곤.


한글은 나이에 따라 쓰는 말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나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존중과 예의의 표현은 있지만 한국처럼 존대 표현이 엄격하지 않은 영어에서는 서로 나이를 아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져도 나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다 나이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할 때만 그들의 나이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안다고 행동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식 나이에 대해 설명했다. 매 년 1월 1일 같은 시간에 나이를 먹고, 한국식 나이와 국제적 나이는 최대 2살까지 차이가 난다고 말하면 다들 놀랬다. 빠른과 음력 생일은 설명할 자신이 없어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았다. 한국식 나이에 대해 끝까지 이해를 못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 재밌는 문화라며 웃었다.



영국 Sky sports에서 6월 28일 날 손흥민이 오늘 밤만 지나면 한 살 어려진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손흥민 선수를 예로 들며 한국 나이 시스템에 대해여 설명한 기사였다. 댓글 반응은 대부분 혼란스럽다, 내 머리를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 등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였다. 다른 댓글은 손흥민이 한 살 어려짐으로써 최소 500만 파운드 가치가 더 올라갔다는 재밌는 댓글도 달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기엔 우리 삶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숫자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자석에 붙는 쇳조각처럼 그저 나에게 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흐른다는 것이다. 그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내가 이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나이는 이 삶 속에서 그저 나를 나타내는 하나의 수치일 뿐이다.


우리는 언어 속에 스며든 문화 때문일까. 나이에 관한 시선들이 꽤나 짙다. 하지만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을 이들의 시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집, 차, 직업이 아닌 다른 이들이 뭐라 해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낭만 몇 개를 지니고 사는 분들. 힘든 오르막길을 오르다가도 저만치 혼자 피어 있는 꽃에 작은 탄성을 터드리는 이. 그리고 쌓인 나이에도 생기를 잃지 않고 자신만의 꿈을 품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지지하고 싶고 그렇게 나이 먹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