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카페 폐업
이제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몰래, 틈틈이 글을 써본다. 구글 시트를 열었다. 이미 머리 속에 떠오른 것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혹시 몰라서, 소위 말하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시트의 제목은 '폐업 준비'. 하나도 잘 못하면서 사업자등록은 3개나 했다. 놀라운 사실은 9년이 다 되어 가지만 폐업신고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거다.
어제는 중고용품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제가 가게를 정리하려고 하는데요. 가격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 지 궁금해서 전화드렸습니다.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요?"
"제품 사진을 찍어서 문자로 보내세요."
"네."
가게를 지켜주시는 분께 사진을 요청드렸다. 조금 예쁘게 찍어서 보내주셨으면 하는 소망을 가졌었는데 역시나 평범했다. 흐흐. 혹시라도 예쁘게 찍힌 사진이면 가격을 더 받을 수 있지나 하는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전송했다.
"연식이 얼마나 됐나요?"
"아. 곧 9년이 됩니다."
"작동되면 커피머신은 00만원입니다. 제빙기는 16년 기준 00입니다. 냉장고는 완전구형입니다. 00만원입니다."
"그렇군요. 알아보고 고민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래된 건 인정하지만 가격이 너무 터무니 없어서 놀랬다. 코로나 사태를 감안해야겠지만... '매입하고 되팔 때에는 100만원은 더 받겠지?'
퇴근하면서 이웃 동네서점에 들렀다.
"중고가격을 알아봤는데 값이 너무 낮더라."
"아. 그렇군요."
"카페 폐업기나 써볼까? 카폐 폐업은 처음이라서라고 제목 달면 되겠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